▲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탄소중립 기본법은 예로든 자동차뿐 아니라 산업, 전력, 수송, 건축, 농축산, 자원순환,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2050년까지 탈탄소 이행 전략을 세우고 이를 매년 점검하게 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후변화영향평가제와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가 도입돼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수행하는 모든 업무를 온실가스 감축 기준으로 평가·유도할 수 있게 된다. 기초정부도 에너지 기본 계획을 세우고, 풀뿌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움직이는 '탄소중립지원센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재생에너지는 자치분권이 더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실현과정에서 산업과 일자리의 전환이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여 정의로운 전환이 되도록 하는 근거도 담았다. 전환과정에서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위기대응기금' 도 설치된다. 이 기금은 2022년 2조5000억 원 규모로 시작해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이 법의 통과를 앞둔 시점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6차 보고서가 나왔다. 탄소배출로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09℃ 올랐고,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1.5℃까지의 기한이 10년 이상 앞당겨졌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다.
NDC 목표 40% 이상 가능할까?
IPCC 보고서는 당초에 시행령에 위임하기로 했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법률에 규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시대적 요구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미 지난 4월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관한 세계기후환경회의에서 미국, EU, 일본이 모두 50%가 넘거나 근접한 NDC 목표를 제시했기에 우리의 부담은 더 커졌다.
그렇다고 30년 전부터 준비한 선진국과 2년 전 2018년부터 탄소 발생 총량을 줄이기 시작한 우리가 같은 목표를 세우기는 어려웠다. 하여 기본법에는 '35% 이상'이라는 NDC 목표를 담았다. 예상했던 대로 환경단체는 의지가 약하다고 비판하고, 산업계에서는 수치가 너무 높다고 비판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NDC 목표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서 10월 중에 확정되고,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UN 기후환경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2021년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제조업 경쟁력 세계 3위(유엔산업개발기구 발표)인 대한민국이 넘어지지 않으면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속도의 한계는 얼마나 될까? 지구의 운명,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체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보면 최소 40% 이상 탄소 절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탄소중립기본법은 이명박 정부 때 만들었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대체하게 된다. 목표가 저탄소에서 탈탄소로 바뀌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법 제정과정에서 국민의힘은 MB 정부 유산인 '녹색성장' 개념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4대강 토목사업을 하면서도 이를 녹색성장으로 포장해 녹색성장이라는 단어를 오염시켰기에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기 쉽지 않았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녹색성장'이 끼어들어 그린워싱(가짜 녹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그렇지만, 정치는 여러 세력간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기에 과거 오염을 털어내고 '녹색 성장(Green Growth)'의 순수 의미를 받아들여 명칭에 담게 됐다.
탈탄소 문명의 주인공, 대한민국을 꿈꾼다
이제 우리도 법적으로 탈탄소 문명사회로 가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2050년 현재의 청년 세대는 에너지 제로 주택에 살면서, 재생에너지로 충전하는 전기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유기농 식품과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자원을 생산하고 쓰고 매립하는 지속불가능한 시대에서, 지구가 버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원을 순환하는 지속가능한 시대로 전환될 것이다.
100년 전 우리는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해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에 진입했다. 이제 우리가 추격할 모델은 사라졌지만, 세계의 변화를 스스로 예측하고 연대하며 속도감 있게 또 전진해야 한다.
그리고 30년 후.
2050년 탈탄소 문명의 맨 앞에 있는 대한민국을 상상한다.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