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인 고 박찬길 검사에 대해 증언하는 박경진 목사
정병진
그런데 8월 31일 오후, 박찬길 검사의 둘째 아들 박경진 목사 부부가 주철희 박사(역사학, 여순항쟁 연구자)를 만나고자 창원에서 여수로 찾아왔다. 그는 주 박사의 여순사건 관련 저서 <불량국민들>에서 부친 관련 내용을 읽고서 그 억울함을 풀 길을 찾고자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
박 목사는 부친의 인적사항이 적힌 제적부를 가져왔다. 제적부에 의하면 박찬길 검사는 1910년 4월 황해도 은율군 장연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황해도 출신으로 일본 중앙대법대에서 공부하였으며, 해방 이후 가족을 이끌고 월남해 검사로 임관해 순천지원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의 죽음과 관련해 박경진 목사는 "당시 나는 생후 10개월 아기 때라 기억이 전혀 없다. 다만 모친과 누님, 형님 등으로부터 여순사건 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하였다. 이어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함께 끌려 가셔서 함께 처형당하셨다"고 말했다.
박찬길 검사만 아니라 그의 부친(박인서)도 함께 처형당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알려진바 없다. 박 검사와 함께 근무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청 서기 방기환씨(당시 30세)가 함께 처형당하였다는 사실 정도만 언론 보도로 남아 있다.
박 목사의 부인은 "'황성수 국회의원, 길전식 사무총장 등이 집에 찾아온 적 있다'는 이야기를 우리 결혼 초기에 시어머님께 들은 적 있다"고 증언하였다. 실제로 고 황성수 전 국회의원은 황두연 전 국회의원의 조카로 박찬길 검사와 '결의형제'를 맺을 정도 친분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박 목사는 부친 사건 관련 진상 조사 기록을 받아보고자 지난 7월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7월 6일 '정보 부존재' 회신을 통지하였다. 기자가 지난 2018년 11월 법무부에 박찬길 검사 사망 사건 관련 정부의 "합동조사단(대검찰청 정창운 검사, 검찰과장 선우종원 검사, 국방부 정훈감 김종문 중령, 내무부 치안국 수사지도과 김남경 총경 등으로 구성)의 조사 결과 보고서와 국가가 유족들에게 취한 조치한 서류"를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을 때도 법무부 순천지청은 "보존 서류가 아니라서 공개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박경진 목사는 "그동안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변호사 상담도 받아봤지만, '특별법이 통과돼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려왔다"면서 "그런데 특별법이 통과되어 관련 자료를 청구했더니 법무부가 '정보 부존재' 통지했다"고 아쉬움과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이에 대해 주철희 박사는 "지난 6월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토록 유명한 사건 기록조차 '부존재하다'고 답변한다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면서 "적어도 정부가 1949년에 박 검사가 무고히 총살당했음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유족이 요구하기 전에 정부 스스로가 관련 자료를 찾아 내놓고 이제라도 순직 처리 등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경진 목사는 부친이 다닌 학교의 '학적부' 등 관련 자료를 더 모아 정부를 상대로 탄원하고 부친의 명예회복과 배·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가 합동 조사단을 꾸려 진상 조사를 벌인 박찬길 검사 총살 사건 기록마저 법무부가 '정보 부존재' 처리를 한 사실은 여순사건특별법 국회 통과로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의 진상 규명에 대한 부푼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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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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