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질문하는 기자들 Q> 11회 “언론사는 ‘ESG 행사’ 열풍! 그러나 ESG 현실은?” 화면 갈무리
KBS
참으로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언론은 기업이 정말 ESG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되려 ESG를 돈벌이 전략으로 이용하는 'ESG 플레이어'로 뛰어든 겁니다.
ESG 행사 개최와 멤버십 유치 등을 통한 돈벌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경제지는 ESG 보도도 잘하고 있을까요? ESG 관련 보도는 무수히 많습니다. 문제는 '유의미한 보도를 하고 있느냐'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의미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입니다.
우리나라는 ESG를 평가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단체가 없고, 평가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산업재해와 관련한 사항은 기업 측 정보제공 의무가 없습니다. 언론에서 기업이 ESG를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는지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ESG를 잘 수행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긍정 사례로 알리는 것 역시 마땅합니다.
ESG 보도는 충실하게 하고 있는가
하지만 기업의 ESG 실천을 검증하는 보도는 드뭅니다. 경제지 ESG 기사 대부분은 기업을 칭찬하거나 홍보자료를 받아쓰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경제지 보도대로 '기업들이 잘하고 있구나'라고 믿기 힘듭니다. 산업재해, 경영세습, 횡령, 채용 비리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난 기업들조차 ESG 등급이 높다고 홍보하는데, 사실 확인이나 비판 없이 언론보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스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2020년 기준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포스코는 국내 대기업 중 탄소배출량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같은 평가에서 A+를 받은 포스코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살펴볼까요.
<경향신문>은 3월 22일 단독보도
"포스코인터, 한 해 2천억원 미얀마 군부 통제 기업에 준다"를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2004년부터 미얀마 슈웨지역에서 가스개발 사업을 벌여왔는데, MOGE가 미얀마 군부 핵심 자금줄로 꼽힌다고 지적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18년 한 해에만 1억 9400만 달러(2192억 원)를 미얀마에 석유가스 사업 대금으로 냈다고 하니, 미얀마 군부로 큰 금액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얀마 시민이 군부 쿠데타로 1000명 넘게 사망한 지금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곳으로 수익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기사를 하나 찾았는데요. 바로
"포스코인터, 미얀마發 '리스크'"(3월 23일)입니다. 기사 일부를 보자면 이렇습니다. "미얀마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시위대의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현지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상장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이날 주가 하락은 미얀마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말로 ESG를 생각한다면 이런 방법은 아닐 겁니다. 민언련에서 ESG를 '제대로' 실천하는 언론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우선, 영국 공영방송 BBC '퓨처 플래닛'이 있습니다. BBC 퓨처 섹션 중 하나인 퓨처 플래닛은 환경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데요. 특이한 건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주목해 자신들이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에서 얼마만큼 탄소가 배출되는지 측정해 독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