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8월 25일(수)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공군 제공
조력자들을 카불공항으로 데려와 탈출시키는 이른바 '미라클 작전'은 마치 영화처럼 긴박하고 아슬아슬했다.
미군 측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조력자들을 버스로 데려오기로 한 뒤 대사관 측은 이들을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두 곳의 집결지에 모이도록 했다. 평소 연락해오던 이메일과 채팅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수의 사람들과 버스가 탈레반의 눈에 띄기 쉬우니 정해진 시각보다 30분 전에는 절대 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단시간 내 모두 모일 수 있던 것은 김 참사관의 연락을 받고 이들이 이미 며칠 전 카불 시내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은 그 이후였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공항으로 향하는 거리는 물론 공항 게이트 앞은 많은 인파로 정체가 풀릴 줄을 몰랐다.
특히 정문에서는 탈레반이 통과시켜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에어컨이 없는 버스 안은 너무 더웠고 아이들은 울고 보챘다. 이들 중 절반은 18세 이하 미성년자였으며, 태어난 지 1개월도 채 안 된 신생아도 3명이나 있었다. 바깥이 보이지 않게 색칠이 돼 있는지라 불안에 떨었다. 물도 음식도 없는 버스 안에서 하염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탈레반은 조력자들이 제시하고 있던 여행증명서가 원본이 아닌 사본인 것을 트집잡아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김 참사관이 "그렇다면 들어가서 원본을 가져오겠다"며 버스에서 내려 정문으로 향하자, 그제야 알았다며 통과시켰다.
그렇게 해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14~15시간. 버스에 선 채로 밤을 꼬박 새운 김 참사관은 정신적으로 극도로 힘들었으나 버스가 공항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씻은 듯이 낫더라고 회고했다.
막상 공항에 들어와서도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아 물도 음식도 제공하지 못해 미안했다"며 그러나 "모두 같이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서로 의지하며 헤쳐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가야 했다... 선진국이나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