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권우성
정부가 주택시장 개혁을 위해 추진했던 아파트 후분양 로드맵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후분양 로드맵은 지난 2018년 6월 국토교통부가 밝힌 '장기주거종합계획'에 제시된 핵심 주택정책이다. 당시 국토부는 오는 2022년까지 공공분양 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민간 건설사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파트 사전 청약을 확대하고 있다. 후분양 공급 정책은 우선 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후분양 일변도로 가는 것보다는 (아파트) 공급 시기를 조기화해서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주택 서민들한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분양 로드맵) 달성이 좀 어렵다, 현실적으로 지금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분양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분양으로 전환하면 집값이 더 올라가게 되고 오른 집값은 건설사에 귀속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상황에서 전체 공공택지 물량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것은 현 시장 상황에서 수급 불안을 가중시킨다"며 "결과적으로 집값이 올라가면 무주택자들, 무주택 서민의 피해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후분양 로드맵이 포함된 장기종합계획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도 시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종합계획이라는 게 5년 10년 단위로 수정이 되는 거니까 수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무주택 서민들한테 가장 도움이 되는 정책은 어떻게든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공급 시기를 앞당겨서 수급 불안을 완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후분양 로드맵 만들었던 정부, 이제는 건설사에 선분양 해달라 요청
이에 따라 현 정부 주택시장 개혁 방안의 하나로 추진됐던 후분양제 도입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후분양제 도입이 공식화됐던 시기는 지난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였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후분양제 도입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인데, 장관의 소신을 밝혀 달라"는 당시 정동영 의원의 질문에 "아파트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후분양제 도입은 당시 부영 등 건설사들의 부실시공에 따른 아파트 하자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건설사들이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시세를 올리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 2018년 6월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계획'에서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공공분양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민간 부문은 공공택지 우선 공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건설사들은 "후분양이 왜 필요하냐"며 시큰둥해했다. 선분양을 통해,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고, 이익을 남기는 건설사 입장에서 굳이 후분양제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3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국토부는 앞으로 사전 청약을 실시하는 건설사에 택지 우선 공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후분양을 활성화한다던 정부가 이제는 분양을 최대한 앞당겨 달라고 건설사에게 인센티브까지 줘가며 공급을 요청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2016년부터 후분양제 주장했는데, 곤경에 빠졌다며 깔아뭉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