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레스토랑에서 여름이를 위한 강아지 메뉴를 주문했다.
박은지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제주도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번엔 여름이와 함께 가는 휴가였기 때문이다. 대형견도 비행기를 탈 수 있지만, 7kg 이상의 중대형견은 수화물칸에만 탑승이 가능하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지만 보호자로서는 소음 정도나 환경 등을 알 수 없는 수화물칸에 혼자 두는 게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제주도에 도착한 뒤에도 문제였다.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렌터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켄넬 사용이 원칙이고, 30kg의 대형견을 태울 수 있는지의 옵션까지 고려하면 찾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차내에 폴폴 날릴 여름이의 털 빠짐도 신경 쓰였다. 여러모로 여름이 전용 카시트가 설치된 익숙한 우리 차를 이용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완도에서 제주까지, 또 제주에서 완도까지의 배편으로 고속페리를 이용했는데,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도 포함돼 있었다. 대신 선박의 종류에 따라서 이용 방법에 차이가 있다. 처음 탔던 블루나래는 15kg 이상 대형견의 경우 '이동장에 넣어 갑판에 두거나 차량에 태운 채로 두어야' 탑승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견은 사실상 이동장째로 옮기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갑판에 갈 수 없었고 차량에 넣어둔 채로 탑승했다.
여름이는 차에 잘 있는 편이고, 이동 시간도 1시간 20분 정도로 짧은 편이라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다. 다만 당시는 여름이 아니었지만 더운 날에는 차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위험할 텐데, 시동 꺼진 차에 개를 혼자 두는 것이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용한 배는 반려견과 함께 이용하기에 사정이 더 좋았다. 2시간 20분 정도로 이동 시간이 더 길기는 하지만, 실외와 실내에 총 3군데의 펫존이 따로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때 펫존 이용은 선택적 사항이기 때문에, 이용하려면 현장에서 따로 신청서를 쓰고 3천 원을 내야 한다. 물론 여름이는 소형견과 달리 이동장에 넣은 채 좌석에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펫존을 이용해야 했다.
펫존까지 이동하는 동안 반드시 이동장을 지참하고 입마개를 해야 했다. 대신 펫존 안에서는 보호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목줄과 입마개를 풀고 자유롭게 있을 수 있었다. 물론 펫존에 여러 마리가 있다면 상황에 따라 보호자가 조율해야 할 것이다.
대형견이 있다고 하니 직원분들이 다른 승객들과 마주치지 않는 짧은 동선을 따로 안내해주셨다. 덕분에 거의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고 펫존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예약한 좌석은 구경도 해보지 못했지만, 이용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펫존이 잘 구비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외 펫존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고, 실내로 들어가면 대형견과 중소형견 방이 아예 나뉜 채로 입구에도 따로 이중문이 설치되어 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배변패드도 준비되어 있었다.
배를 타는 게 낯설었을 여름이도 우리와 함께 있으니 더 편안해했고, 안타깝게도 멀미를 한 건 남편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