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치의 옆 얼굴 초접사.치타 처럼 겹눈에서 주둥이까지 푸른 줄무늬가 이어진다.
이상헌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삼국사기 이래로 메뚜기에 의한 피해가 왕왕 기록되어 있다. 풀무치의 뜻은 '풀에 묻은 벌레'라는 뜻인데 순우리말로는 '누리'라고 불렀으며, 한자로는 황충(蝗蟲) 또는 비황(飛蝗) 이라고 했다. 가뭄이 든 해에 메뚜기가 창궐하면 작물을 다 갉아먹었기에 흉년의 굶주림을 가중했다.
풀무치 옆얼굴을 보면 겹눈과 입에 걸쳐서 푸른색 띠가 이어진다. 마치 치타의 눈과 주둥이를 따라 검은 선이 이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다 자란 암컷은 몸길이가 65mm 정도이며 수컷은 이보다 작아 50mm 가까이 큰다.
메뚜기 무리는 직사광선이 내리 쬐는 들판, 주변에 물이 흐르는 풀이 많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강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으나 환경오염과 도심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도서 지역에서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떼로 모이면 집단지성이 생긴다
대한민국의 반대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주변에 있는 여러 나라에서는 로커스트가 탐욕과 공포, 기근을 만들어낸다. 대공황 수준으로 창궐한 사막메뚜기 무리가 모든 작물을 먹워 치워 사람들을 기아의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인간과 곤충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잘 버무러진 휴 래플스가 쓴 <인섹토피디아>에는 메뚜기의 성장 과정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비가 많이 내려 생육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사막메뚜기의 번식이 왕성해지며 해충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떼로 모이면 달라진다. 급격한 신체 변화가 생겨나는데, 대가리가 커지면서 몸집도 불어나고 날개는 더욱 길어진다.
한살이 주기도 속성으로 바뀌어 일찍 알을 낳고 그렇게 태어난 애벌레는 금방 아성충으로 자라나며 행동마저 과격해진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수백만에서 수십억 마리의 로커스트가 집단으로 행진을 시작한다. 사막을 가로질러 이동을 하면서 그 수는 점점 불어난다.
여기저기서 로커스트 떼가 몰려들어 합세를 하기 때문이다. 이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수십 킬로미터는 거뜬히 넘으며 이 대열에서 5번 허물을 벗고 마침내 어른벌레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임계점에 도달하면 마침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창공을 새까맣게 뒤덮어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한 수준에까지 다다른다.
심지어는 집단지성까지 발휘하여 자신들의 갈 곳을 정하며 그들의 앞을 막는 장애물에는 위협을 가하기까지 한다. 살충제를 뿌리는 비행기를 향해 날아가 조정석을 뒤덮고 양 날개 위로 달려들어 자신들의 힘으로 이 비행기를 끌어 내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