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데바> 표지
토이필북스
최근 출간된 <카데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나 SF는 아니지만, 딘 쿤츠와 스티븐 킹의 전매특허인 공포(호러)를 다뤘다. 이 책은 삶과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을 담은 단편 소설집이다.
저자 이스안은 매우 젊은 작가인데 작가의 말을 보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공포 장르의 묘미는 충격적인 반전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 글에서 이미 암시되고 예견되어 서서히 들춰지는 무언가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간밤에 거실에서 불을 끄고 작은 스탠드에 의지한 채 <카데바>를 읽었는데, 오싹하게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잘 만든 한편의 공포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느낀 공포는 <카데바>에 우리나라의 사회상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안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습관, 연애, 가족관계, 악몽을 모티프로 삼아 이 책을 썼다. 부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디테일이 부족한 게 좀 아쉽다.
10개의 단편은 현실에 공포를 적절히 버무렸다. <버릇>은 작가가 학창 시절 습관이 된 나쁜 행동을 바탕으로 뉴스에 나올만한 결말로 연결한다. <죄악>은 TV 프로그램 <연애의 참견>에 채택될만한 사연인데, 이스안 작가의 친구 이야기란다.
<고향>의 결말도 반전이 충격적인데 더 충격적인 건 작가가 어릴 적 마주쳤던 변태 아저씨다. 내 여동생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광분하며 읽었다. 책의 제목인 <카데바>는 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해부용 시체를 일컫는다. 작가는 집필을 위해 의과대학에 견학까지 다녀왔단다. 그래서인지 디테일이 다르다.
<연애상담>은 전개 형식이 독특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형식을 차용했는데, 게시글과 댓글만으로 작품을 끌어간다. 이외에도 <악몽 그리고 악몽>, <별장괴담회>, <포식>, <네 명의 여자가 살고 있다>, <유서.m4a> 등은 어떤 사연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데, 그러면 스포일러가 되니 답답하다. (이래서 장르 소설의 서평은 어렵다.)
장르물은 사회상을 반영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스안 작가의 다음 작품의 제목은 <여의도>로 했으면 좋겠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충격적인 일들은 지금도 이 현실세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매체를 접하며 느낍니다. 세상에는 참 황당하고 끔찍하고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든 내가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를 내면의 기저에 안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 불안과 공포를 완전히 떨쳐버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부디 우리 모두가 언제나 안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은이),
토이필북스, 2021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