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춤을 잘 추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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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아이는 내 옆으로 오더니 아무도 없는데 작은 소리로 귓속말을 한다.
"나 방금 유명한 기획사에 카톡으로 내 노래랑 춤 영상 보냈어."
앗. 이게 무슨 말이지. 난 깜짝 놀랐지만 친절한 미소를 띠며 아이에게 물었다.
"무슨 기획사? 그리고 카톡으로? 자세히 좀 얘기해 줘."
아이 말에 의하면 한 블로그에 가면 여러 기획사의 오디션 일정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했다. A엔터테인먼트에서 오픈 카톡으로 노래, 랩, 춤 영상을 올리는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의 영상을 올린 거다. 설명하는 아이의 눈이 반짝거린다. 설마,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건가. 아이가 올린 동영상을 보았다. 흠. 난 솔직해지기로 했다.
"너 춤춘 지 얼마 안 됐잖아. 춤은 좀 아닌 거 같아."
"그지?"
아이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리고 끝. 인줄 알았으나, 아이는 며칠 뒤 또 나에게 와서 귓속말을 한다.
"내가 비밀 말해줄까?"
"아니. 괜찮은데."
"싫어, 말할래. 왜냐하면 엄마가 가입 승인을 해 줘야 하거든. 난 아직 만 14세가 안 돼서 홈페이지 가입이 안 돼. B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오디션을 하거든.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거기에 내 노래 영상을 올릴 거야. 아직 춤은 아니니까."
이런. 요즘 기획사들은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 아니면 지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대면하기 전에 1차로 온라인 오디션을 많이 진행하는 것 같다.
반짝반짝 아이의 눈빛을 거절하지 못하고 난 가입 승인을 해 주었고 아이는 영상을 올렸다. 예상대로 아무런 소식이 없다. 아이와 친구들은 그 뒤 한번 더 모였고 남편과 나는 또 데이트를 했다. 아이가 춤을 잘 추지 않아도 좋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린 뒤 느끼는 개운함과 못하던 동작을 하게 됐을 때의 쾌감과 성취감을 알면 좋겠다.
아이보다 조금 더 산 입장에서 보면 즐거움을 느끼는 자신의 도구가 많을수록 풍성한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나만의 도구. 그것이 노래든 춤이든 운동이든 악기든, 뭐든 상관없다. 꼭 춤으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춤이 아이에게 그런 도구가 되면 좋겠다.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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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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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카톡 오디션까지... 초등학생 딸이 춤바람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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