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협의회 사장들이 모인 단톡방 대화
권성훈
이렇게 자영업자들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 놓였음에도 자영업 밖 주변의 시선은 때로는 냉정하게 느껴진다. 가끔 주변 '월급쟁이'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겨 자영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전하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주장하면, 무관심을 넘어 "왜 정부가 세금까지 동원해 세금도 잘 내지 않는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뜻밖의 반박을 들을 때도 있다.
한 번은 회사 건물 내 확진자가 두어 명이 나왔음에도 출근 업무가 계속되었다는 어느 회사원의 푸념(?)에 "그게 자영업소였다면 아마 바로 문 닫아야 했을 거다"라고 말하자 "그건 비교가 안 되지, 이런 규모 있는 기업과 일개 자영업소를 어떻게 비교해?"라고 반박했다.
이에 필자는 "어차피 기업 종사자나 자영업 종사자나 모두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거 아닌가? 그 생계에 경중이 있다는 건가?"라는 말로 섭섭함을 전했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그들의 몰이해와 편견은 못내 씁쓸했다.
지금 자영업계에서는 '엑소더스(exodus, 대탈출)'가 펼쳐지고 있다고 본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1000여 명이 되기 바로 직전인 7월 초 이루어졌던 상담은 그 상황을 잘 설명해줄 예다.
상담자는 코로나 재난의 직격탄을 맞은 호프집 사장이었다. 집합제한과 영업제한으로 매출은 바닥을 쳤고 궁여지책으로 오후 10시 이후부터 늦은 새벽까지 밤잠을 줄여가며 배달로 영업을 확대했지만, 이미 배달 업계도 오래전부터 '레드오션'이 된 상황었다.
배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가 배달과 접객 장사를 다 하며 기존의 전문 배달업소와 경쟁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차라리 배달 전문업종으로 전업을 하여 가족관계까지 희생되는 새벽 장사는 그만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침몰 중인 접객업종에서 요즘 활황이라는 배달 전문업으로 탈출을 꿈꾼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수혜 업종이라는 배달 업계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배달 대행업 종사자들에게 물으면, 현재 배달대행 시장에는 전직 자영업자였던 이들이 꽤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에 더해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사람들까지 휴무일과 영업시간 외에 배달대행 기사로 투잡을 뛰며 하루 십수 시간 일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현재 비대면 시대에 수혜를 보고 있다는 편의점 사장, 치킨점 사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환하게 켜진 '활황'이란 아이러니한 전광판이 동네에 새로운 편의점, 새로운 치킨점을 끌어들였고 그들이 일으킨 매출 중 상당액은 그 동네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어느 편의점, 치킨점의 '파이'였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오늘도 정부와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보완된 정책을 발표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자영업자 구하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옛 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그 가난이 이런 천재지변에 기인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리라 본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으며 당연히 무한정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멈출 수 없는 기차가 달려오는 상황에서 오른쪽 철로에 있는 두 명을 살릴 것인지 왼쪽 철로에 있는 스무 명을 살릴 것인지 말이다.
그러니 이제 정부는 자영업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 모두가 배달대행 기사가 될 수는 없다. 수 년 전, 필자가 운영하는 가게에 주말 배달 기사를 해보겠다고 왔다가 스쿠터를 처음 타보곤 하얗게 얼굴이 질려 집으로 돌아갔던 어느 중년의 남자처럼 말이다.
정부는 퇴직자를 위한 재교육, 재취업과 관련된 기존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하다못해 국가가 '인력 파견업' 역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더 큰 빚을 지고 자영업계에 돌아오거나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한 개인의 몰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 사실 세계적인 문제라고 한다 - 흔드는 분노와 혐오의 정서가 '부의 양극화'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처럼 그들의 빈곤(상대적)은 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그들의 자괴감은 분노와 혐오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에 더 큰 불안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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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금으로 자영업자 지원하나" 이 질문에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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