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테 콜비츠 [애도]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이 묻어나는 것 같다.
김정희
그녀의 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다가도 분노가 치밀게 하기도 했다. 전쟁을 반대했음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와 농민, 소외 계층에 시선을 두고 삶의 방향을 그들의 곁에 두고 오직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검고 굵은 선을 이용해 자화상에 몰두한 삶이 경의롭다.
'그녀는 소박하면서도 직선적이었는데 유명하게 된 뒤에도 이러한 본질을 잃지 않았다. 모든 겉치레와 꾸민 말투와 과장된 태도를(중략) 그녀는 경멸하였다. 외모나 행동거지에서도 그녀는 인습에서 벗어난 소박한 면을 보여주었다.' - 38쪽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은 한 사람의 귀한 인연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여름의 한복판에서 만난 독일의 판화가 케테 콜비츠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웃과 시대의 불행과 죽음, 행복과 환희의 순간을 똑바로 직시하라며 이러한 유언을 남긴다.
"씨앗들을 짓이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나의 유언이다." -1941년 12월 일기
우연히 알게 된 한 사람. 그녀 케테 콜비츠는 내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다. 이미 오래전(1945년)에 사망한 그녀가 오늘 내게 묵직하고 선명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시대를 똑바로 보라고, 시대를 증언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가의 말을 건넨다. 시대의 불행과 고뇌, 불합리함을 몸소 실천해 보인 한 여성의 자취가 너무 커서 아마도 케테 콜비츠의 삶이 내 운명의 지침이 될 것 같다.
케테 콜비츠
카테리네 크라머 (지은이), 이순례, 최영진 (옮긴이),
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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