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 상속세 납부를 ‘마지막 선물’로 표현한 한국경제(4/29)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경제> '
이건희의 마지막 선물…유산 60% 국민 품에'(4월 29일)는 이 전 회장 유산 상속세 납부와 기부를 합쳐 "이건희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6조 원의 유산 중 60%를 세금과 기부 등을 통해 사회에 되돌려주기로 했다"라며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의 사회 환원"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매일경제> '
이건희 재산 60% 국민에게…의료‧예술 통큰 기부'(4월 29일)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삼성 총수 일가는 세금과 문화·의료공헌을 합쳐 15조 원 중반대에 이르는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혔다"고 전하며 "고인의 추정 재산 26조1000억 원 중 60%에 달한다"고 비율을 한 번 더 강조했습니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내야 할 상속세 납부와 대국민 약속을 하고도 13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이행하게 된 기부를 '마지막 선물'이라며 띄워주고 미화한 것도 낯뜨겁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사실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故 이건희 회장 유가족은 상속세 12조 원을 5년간 분할 납부할 것이며 1조 원을 감염병 대응을 위한 전문병원 건립과 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내놓고, 미술품 2만여 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에 정해진 대로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를 제외하면, 실제 기부액은 3~4조 원으로 이 전 회장 재산의 11~15% 수준입니다. 그런데 '60%에 달한다'고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것입니다.
게다가 의료분야 1조 원대 기부는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삼성그룹 출신 김용철 변호사 내부고발로 시작된 당시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는 4조 5천억 원 규모의 이 전 회장 차명재산을 찾아냈고,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이건희 회장은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실명 전환한 차명재산 가운데 벌금과 세금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던 것입니다.
결국 13년간 약속을 지키지 않다가 이 전 회장이 사망한 후에야 이행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겁니다. 하지만 경제지는 이런 사실과 문제점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삼성과 총수를 향한 우호적 보도는 넘쳐나지만, 삼성 노동문제 보도는 경제지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최소 10건의 산업재해 사고가 감독기관에 보고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3월 11일에는 <한겨레>
[단독]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10명 중 4명, "산재 신청 않고 개인치료 등 대체"'를 통해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10명 중 4명이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고 개인 치료로 대체해왔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6월 6일에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조가 처음으로 집단 산업재해를 신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간 경제지는 한 건의 관련 보도도 싣지 않았습니다.
삼성 보도자료 받아쓰기
대신 경제지가 열심히 보도하는 게 따로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 뉴스룸'(언론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삼성전자 공식소통 채널) 받아쓰기 보도입니다. 민언련은 6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일간지를 대상으로 언론이 '삼성전자 뉴스룸' 보도자료를 얼마나 보도에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8월 1부터 8월 12일까지 발표된 '삼성전자 뉴스룸' 보도자료는 16개였고, 9개 종합·경제일간지가 이를 인용해 3일 이내 보도한 기사는 총 61개였습니다.
보도자료 발표 3일 이내 이를 기사로 가장 많이 받아쓴 곳은 경제지였습니다. 서울경제가 14건(87.5%)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 12건(75.0%)과 <매일경제> 11건(68.75%) 순으로 보도된 비율이 높았습니다. 삼성이 보도자료 10개를 내면 7개는 경제지에서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