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존엄한 삶이 무너졌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사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부근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시작되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추모발언을 하고 있다.
권우성
사실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해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부족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이 합동 사회장 공동장례위원회'(아래 합동장례위)가 지난 17~20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장애·빈곤으로 사망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을 치르며 지적한 문제 중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가 있었다.
이들은 지난 8일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50대 홈리스 남성의 죽음과 앞서 언급한 B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한국사회 분배정책의 총체적 실패로부터 발생한 사회적 죽음"이라고 지적했다. 취약계층의 안전망이 되어야 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활을 보장하기에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급여의 종류에 따라 선정 기준이 다르다. 생계급여는 소득과 재산을 환산한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30%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중위소득은 전 국민을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소득인정액은 올해 1인 가구를 기준으로 54만 8349원, 2인 가구는 92만 6424원, 3인 가구는 119만 5185원이다. 최하위 소득 계층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기준액에서 자신의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금액만큼 지급된다. A씨의 경우 지난해 소득이 160여만원이었기에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었지만 올해는 50만원 이하라 생계급여 대상자에 속한다.
의료급여의 경우 중위소득 40%, 주거급여는 45%, 교육급여는 50% 이하여야 지원받을 수 있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의료급여는 소득인정액이 73만 1132원, 주거급여는 82만 2524원, 교육급여 91만 3916원이다. 가구별 소득인정액에 따라 네 가지 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교육급여·생계급여) 중 하나만 받을 수도 있고, 네 가지 모두를 받을 수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취약계층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중위소득이 인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중위소득에 여러 경제지표를 반영해 '기준 중위소득'을 산출한 후 이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과 급여수준을 정하는 지표로 삼기 때문이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중위소득의 선정기준이 낮으면 수급자의 보장 역시 낮아지게 된다. 수급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건강한 식생활, 의료이용 제약 등 삶의 질 하락으로 연결되고 장애·빈곤층이 사회적 관계를 포기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도록 내모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중위소득을 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위소득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초생활보장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정부 위원회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원장이며 관계부처(차관급), 전문가·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정 활동가는 "중위소득 기준을 알기 위해 여러 번 회의자료를 정보공개청구 했지만,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면서 "취약계층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중위소득이 어떤 통계와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공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흘 전, A씨는 장애인단체의 지원을 받아 쪽방촌을 나왔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 다시 추위를 걱정해야 했던 그는 쪽방촌에서 쓰던 전기장판을 챙겨 이사했다.
"이번 겨울은 조금 더 따뜻한 집에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며 처음으로 밝은 목소리를 낸 그는 "일을 하면 수급을 받지 못해 결국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춥다는 이유로 쪽방촌에서 사람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올여름엔 죽지 않았지만... 겨울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