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일러스트레이션 <시녀 이야기> 장면의 일러스트레이션
YES24
책은 기본적으로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전개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한편 책을 읽으며, 자주 멈추고 한숨을 쉬고 두려움에 떨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문과 살인 같은 무시무시한 장면이 전개될 때 그러합니다.
몸서리치게 느끼면서도 끔찍한 장면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기시감 때문입니다. 언젠가,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들, 한국에서 혹은 멀리 타국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약속했다고 합니다. 역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하나도 쓰지 않겠다고. 그래서 그녀는 이 책을 쓰기 위하여 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했던 레지스탕스들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여성들이 저항을 꿈꾸지 못하도록 하는 권력자들의 방식은 폭력의 전시 그리고 감시입니다.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말과 글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요. 체제 밖의 사람들은 쉽게 죽임을 당하고 그 죽음들은 장벽에 교훈 삼아 전시됩니다. 여성들은 그 전시를 보아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작가는 질문합니다. 그렇다면 35년 전에 비해 세상은 좋아졌는가? 그녀의 대답은 회의적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시민들은 30년 전보다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살아남고, 견디고, 연대하는 힘
'어떻게 그렇게 서툴게, 그렇게 잔인하게, 그렇게 어리석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당신은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당신이라면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텐데!' (<증언들> P578)
이 책에는 세 명의 여성 화자가 등장합니다. 그중에 핵심 화자가 리디아 아주머니, 전직 판사였으나 남자들에게 감금과 고문을 당하고 죽음의 목전까지 갔다가 체제에 가장 잘 순응하는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그러니까, 리디아 아주머니는 모멸을 견디고 살아남았고, 치욕을 견디며 살아가고, 끝내 다른 여성들을 (앞으로 올 미래의 젊은 여성들) 위해 연대합니다.
지난 8월 15일, 우리가 광복의 기쁨을 누리던 날에 탈레반은 카불에 입성해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합니다. 그날 이후 많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전쟁이 시작된 셈입니다. 공포에 떨고 있는 그 여성들을 위해, 그들이 살아남고 견딜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요. <증언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증언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은이), 김선형 (옮긴이),
황금가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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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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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에 걸린 시체들을 '관람'해야 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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