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임시공관에서 기자들에게 영상으로 브리핑하고 있는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
외교부제공
"하늘에는 헬기가 떠있는 가운데 군중들은 비행기에 매달리고, 여기저기 총소리도 들리고... 마치 전쟁같은 상황이었습니다."
18일 오후 기자들과 화상으로 연결된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최 대사는 공관원, 교민과 함께 지난 17일 새벽 아프가니스탄을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탈레반의 재점령으로 아비규환이 된 아프가니스탄을 급하게 철수하느라 필수품만 든 소형 가방 하나만 챙겨나온 최 대사는 양복도 못 갖춰입고 면도도 못한 채 화면에 등장했다.
"탈레반이 차량으로 20분 거리까지 진입했다"
최태호 대사가 탈레반이 근접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현지시간 15일 오전. 정의용 장관을 비롯한 서울의 외교부 본부 간부들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데 대사관 경비업체가 "탈레반이 차량으로 20분 거리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한 것이다.
심각하다고 판단한 최 대사는 즉시 주변 우방국 대사 서너 명과 통화했으나 전화를 안 받거나 정말 급한 상황으로 판단한다는 답변을 받고 철수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판단을 했다. 정 장관에 보고한 뒤 철수를 시작했다.
매뉴얼에 따라 문서 파기, 보안 파기 후 모든 직원들에게 개인별로 짐을 꾸리도록 지시한후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우방국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이후 공관원들은 공항까지 헬기로 이동해 그날 저녁 우방국 수송기에 올라 철수했으나 최 대사를 포함한 직원 3명은 마지막 교민 1명의 철수를 위해 남아야 했다.
공항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던 이 교민을 설득하기 위해 가던 중 공습경보가 울려서 옆 건물로 대피하기도 했다.
어렵게 마지막 교민과 함께 새벽에 대합실에 들어갔으나 실내에는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들 수천 명이 들어차있는 상황. 이튿날까지 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바깥에는 하루종일 아프간 군중들이 활주로까지 들어와 군용기에 매달렸고, 여기저기 총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