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인 조경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김효선 대표.
최미향
- 궁금한 것이 아버님이 하시던 조경수는 어떻게 하고 블루베리 나무를 심었나?
"예산이 고향인 서울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의 고향 집으로 초대를 받아 내려갔는데 집 뒤 야산에 어린 사과나무가 가득 심긴 걸 발견했다. 그때는 '아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4년 후 그 집에 다시 가니 어린나무였던 과실수가 어느새 자라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지 않은가. 갑자기 번개를 맞은 듯 아득했다.
'나는 4년 동안 뭘 했나?' 싶었다. 물론 조경수를 키우기 위한 묘목재배를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보이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뭘 심지?' 고민하다가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젊음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진다는 생각에 안토시아닌과 항산화질, 그리고 식이섬유가 많은 젊음의 열매 '블루베리'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우리나라 땅은 산도가 6~7 정도 나오는데 블루베리는 4~5로 최적지는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주로 맨땅에 심으면 2~3년 안에 죽으니 주로 화분에 심어 키우는 집들이 많았다. 무슨 심보인지 내가 하면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받은 것도 없이 무작정 200그루 정도의 블루베리를 야산에 심기 시작했다. 때로는 두더지가 헤집어 놓을 때도 있었고 새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는 만능 비법도 스스로 체득하게 됐다."
- 단기간에 독학으로 블루베리 박사가 되다니 정말 대단하다. 소문으로는 측백나무 박사님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측백나무 박사란 별명은 늦깎이 조경수를 키우시는 분들이 붙여준 거다. 아버지께서는 내 나이 10살이 되기 전부터도 백일홍, 측백나무 등을, 특히 주목은 산 전체에 심으셨다. 나는 그걸 물려받아 사업을 이어가는 것뿐이다. 어린 눈에 측백나무를 키우시던 아버지 모습까지 합하면 근 50년 정도 된다. 아버님 살아계실 때는 시키는 일만 하다 보니 잘 보이지 않은 것들이 부모님 편찮으시고 또 내가 맡아서 하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척 보면 어디가 어떻게 병든지를 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언제부턴가 측백나무에 병이 나면 어떻게 알고 전국에서 문의를 해와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지금은 일반 측백류는 5000그루, 미측백나무는 4000그루 있다. 나무를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 이 나무로 3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 내셨다. 또 이 나무가 밑천이 되어 나의 시골살이가 강퍅하지 않다. 그러니 내가 어찌 애지중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분들이 가장 힘든 게 새들이다. 그걸 해결했는데 비법을 가르쳐줄 수 있나?
"물론이다. 함께 잘 되면 기꺼이 오픈할 수 있다. 나도 한때는 새들 때문에 수확을 포기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오죽했으면 유튜브를 보고, 책을 사다 읽었을까. 하지만 모두 효과가 없었다.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특히 내가 기르는 블루베리는 유난히 당도가 높다 보니 새들에게는 표적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재봉틀 실이다. 이걸 몇 가닥씩 쭉쭉 늘어서 이어놓으면 새가 열매를 먹으러 왔다가도 걸려서 도망을 못 간다. 그 모습을 보곤 다른 새들이 얼씬도 하지 않더라. 새 몇 마리만 희생시키면 100% 안 오는데 정말 놀랍고 신기했다.
비법을 물었나? 블루베리를 사 드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당도가 너무 좋다고 해주셔서 보람있다. 나는 좀 선선해지는 10월이면 미생물이 배양된 물을 준다. 이 비법 또한 온전히 혼자서 인터넷을 참고하고 책을 보면서 체득했다. 엊그제 90이 넘은 동네 어르신께서 그러시더라. '젊은 사람들 시골 내려와서 융자받아 하우스 짓고 뭘 한하는데 다 소용없는 일이여. 자고로 농사일이란 게 본인이 직접 해보고 몸소 체득해야지 말로만 백번 해봐야 소용없지.'"
- 수확을 하더라도 판로 때문에 걱정이 많을 텐데 판로는 어디로 어떻게 하나?
"현재 3000평 정도에 블루베리가 심겨 있다. 판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아니 물량이 달려서 다 못 줄 때가 제일 미안하다. 서울 우리 매장에서 판매한다. 당도가 워낙 높아서 다른 곳과 차별이 있다 보니 한번 산 고객들이 또 주문하고, 이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문들을 해 주신다.
올해 같은 경우 택배 물량이 너무 많은데 블루베리가 없어서 못 보내드렸다. 서울 매장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 어떤 분이 '우리 딸이 임신했으니 제발 한 팩만 좀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주문한 것부터 줘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못 드린 게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그때 '아, 블루베리 때문에 인심 잃겠다'고 행복한 고민을 다 해봤다. 어쨌든 당도와 새 피해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더구나 판로 고민까지 걱정 없다. 그래도 하나 고민은 수확 철 인부 구하는 일에만 더 신중을 기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