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6년째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류 상임활동가. 2020년 두 번째 안식년을 보내고 올해 2월에 복귀했다.
오정민
올해로 16년째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류 활동가는 2020년에 두 번째 안식년을 보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2008년부터 6년 활동하면 1년 쉬는 안식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그의 안식년 '주제'는 분명했었다. 활동하면서는 긴 시간을 낼 수 없어 하지 못한 음악, 미술, 체육 등을 배우는 '음미체 안식년'을 갖는 것이었다.
"활동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안식년 끝나고 복귀한 후에도 할 수 있게 몸에 '습'을 들이고 싶었죠. 유화처럼 물감도 필요하고 별도의 독립 공간이 필요한 건 활동하면서 계속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악기가 필요 없는 판소리, 다른 도구가 필요 없는 색연필 미술, 맨몸으로 가능한 체육 등을 배우려 했죠.
첫 번째 안식년이 끝나고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저렴한 현대무용 강좌를 발견했어요. 예술의전당에 매주 가야 하는데 활동 중에는 도저히 못 하니 안식년에는 기필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코로나 때문에 모든 강좌가 폐강되었어요. 아무것도 못 하다 폐강하지 않은 마카로 하는 드로잉 강좌를 들을 수 있었죠."
2020년 2월 20일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200명을 넘었다. 2월부터 시작된 그의 안식년은 뜻하지 않게 코로나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는 쉴 때도 산책이든 뭐든 몸을 움직여야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외부 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어서 갇힌 기분이었다. 게다가 안식년을 시작할 때 그의 오른쪽 어깨는 평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집에서 왕복 2시간 걸리는 재활운동치료소에서 주 2회 50분씩 치료에 전념했다. 2월에 시작한 운동치료는 12월까지 이어졌다.
"정말 스트레스가 컸어요. 내 어깨가 그렇게 된 상황을 용납하기 힘들었죠. 2018년에 약한 통증이 시작되었는데 2019년 겨울에 갑자기 악화됐어요. 오른쪽 어깨의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었어요.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통증이라 좀 놀랐죠.
근데 또 그게 다행이기도 했어요. 제가 정신을 차렸잖아요. 부담으로 비급여 약물 주사를 피했는데 돈 써서 병원에서 주사 맞고 MRI 찍고 재활 운동을 하게 됐죠. 치료 중간에 '진짜 이제 다 나은 것 같다'라고 느낀 때가 있었거든요. 가을쯤에 또 안 좋아져서 '아, 이거 자만하면 안 되는구나' 하면서 연말까지 했어요."
지금은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무리 없이 어깨를 사용하고 있다. 집에서 운동도 하고 있다. 거의 1년 동안 비급여 약물 주사와 재활 운동 치료를 받은 만큼 치료비가 만만치 않았다.
"일상 생활비로는 감당이 되지는 않았어요.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을 받고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의 의료비 지원을 받았어요. 저축한 적금도 사용하고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활동가의 소득이 월 소득으로 치면 하위 1분위일 테지만 이렇게 지원해주는 네트워크 속에 있잖아요. 이런 네트워크가 있어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든 된 거죠. 그런데 열악한 한국의 사회보장 상황에서 저와 같은 수준의 소득자들이 이런 어깨 통증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