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각과 왕능
이숙자
걸어가면서 현릉, 목릉, 휘릉, 수릉들이 보였다. 한때 왕의로서 세상을 호령하던 왕들은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능안에 누워 계신다. 책과 TV에서만 보아왔던 왕들의 능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분들의 업적이 이어져서 지금 이 나라가 건재하지 않을까. 능에 누워 계시는 왕들은 저마다 사연이 많기도 하다.
특히 다른 왕릉의 제일 위에 있는 건릉은 위치마저 위풍당당한 곳에 누워 계시는 태조 이성계의 왕릉은 능을 바라보는 자체부터 카리스마가 품어져 나온다. 능위에는 빽빽이 자라고 있는 새파란 억새가 보인다. 가을이면 능에서 피어나는 억새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능일 것 같다.
말년에 고향이 그리워하며 그곳에 묻히기를 원했던 태조를 위해 태종이 태조의 고향 함경도 영흥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 건원릉 봉분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건능은 죽어서도 후손인 여러 왕과 왕비를 굽어보며 무슨 호령하고 계실지.
함경도 동북면의 호랑이 이성계는 조선의 용이 되어 500년을 이어가게 하는 역사의 인물이 된 왕이다. 우리의 500년 찬란한 문화와 역사가 지금도 우리는 그 숨결을 느끼며 자긍심을 가지고 살고 있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고통을 받고 살아가는 우리들, 바쁜 삶을 잠시 내려놓고 지난 삶을 뒤돌아 보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구릉을 산책하면서 쉼을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 본다. 그동안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아름다운 우리 전통과 옛 선조들의 고고한 인품과 삶에 가치를 잊고 살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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