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버풀의 워터프런트(Waterfront)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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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도 다르지 않다. 유네스코가 주시하는 것은 스톤헨지 유적지 밑을 통과하는 터널이다. 이는 영국에서 약 10년을 끌어온 논쟁으로, 작년 11월 영국 정부는 23억 달러(약 2조 5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터널 계획을 진행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는 터널이 세계문화유산 선정 기준인 "뛰어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봤다.
유네스코의 연이은 경고는 영국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불렀다. 그간 영국은 전통 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지닌 나라였다. 특히 문화재 지정 및 보존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아 왔다. 더욱이 스톤헨지는 유네스코가 영국 문화재 리스트 중 처음으로 세계문화 유산 타이틀을 줄 만큼 가치를 인정 받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스톤헨지가 터널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일까.
스톤헨지 논란
문화유산을 둘러싼 주 논쟁의 하나는 개발과 보존이다. 이 둘 모두 미래 지향적이다. 개발이 지금보다 발달된 미래를 꿈꾼다면, 보존은 미래 세대가 인류의 지난 궤적을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손상되지 않은 자산을 넘겨주고자 한다. 공유할 수 있는 지점에도 불구하고 개발과 보존이 종종 상충하는 이유는 이들을 떠받치는 관념의 차이 때문이다. 새로움, 편리, 효율성, 신속함, 경쟁, 근대화 등이 개발을 둘러싸고 있는 언어라면, 보존은 흔히 오래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가치, 기원에 대한 호기심, 연속성, 전통 및 문화 정체성 등과 연결된다.
개발과 보존의 비중은 특정 사회가 특정 시점에 제시하는 미래상에 따라 가변적이다. 한국의 경우, 경제 근대화가 사회를 압도했던 시기에는 전통과 문화를 '낙후된' 것, '극복되어야' 하는 것으로 봤다. 반면, 내부 통합이 중요해지는 시기에는 다른 사회에는 없는 '우리의 것'으로 중요시되었다.
21세기 개발과 보존은 팽팽하다. 환경 문제가 보존 측에 힘을 더하는 반면, 전 세계적인 주택난, 노후한 도시, 인프라 향상, 산업으로서의 관광은 개발을 떠받치고 있다. 도시 재생 등 보존과 개발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스톤헨지 터널 논쟁은 이 논의들의 축소판이다.
문화재 보호의 역사
스톤헨지 터널 논쟁의 궁극적 시발점은 런던과 영국 남서 지역을 이을 목적으로 1819년에 건설된 도로에 있다.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19세기 전반기 영국은 도로와 철도 부설로 바빴다. 문화유적보호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기였기에 도로는 스톤헨지와 원형 돌무리가 흩어져 있는 에이브버리(Avebury) 지역을 가로질러 놓였다. 이로 인해 선사시대 유적지와 어울리지 않는 아스팔트 도로가 유적지 안에 있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불러온 여러 사회 문제에 회의감을 느낀 영국 지성계 사이에서는 자연과 전통문화 보존이 큰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인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 공원과 스톤헨지가 당시 지성계가 보존하려고 했던 대표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