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시내버스 디자인 개선사업에 따라 새 옷을 갈아입은 시내버스.
박장식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운전기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다. 천안뿐 아니라 시내버스와 연관돼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은 여기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천안시는 특히 문제로 지적되었던 친절도 향상을 위해 버스기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쓰기도 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지적에 해당 정책이 철회되기도 했다. 시내버스 관련 민원도 적지 않았고, 오랫동안 버스로 인해 천안시 이미지 또한 반감되면서 개선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2020년,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든 천안시는 시내버스 운영체계 개선 용역을 추진하는 등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지난 3월에는 시내버스혁신추진단도 신설했다. 다른 부서와 달리 부시장 직속으로 꾸려진 추진단은 시내버스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심야버스도 운행을 시작했다. 천안 시내버스는 '첫차가 느리고 막차가 빠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밤~새벽시간 교통 공백이 컸다. 당초 지난해 12월 개통이 예정되었던 심야버스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잠시 운행이 연기되었다가, 지난 6월 드디어 운행을 시작했다. 오후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천안 시내를 한 바퀴 순회하는 심야버스는 시민들의 심야시간 이동권을 돕게 되었다.
천안시는 시내버스 차량의 이미지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20년 넘게 지금의 모양새 그대로 유지되어 왔던 시내버스의 도색을 시범적으로 변경했다. 시는 심벌마크를 활용한 시내버스 외부 디자인 도안을 시범 적용한 뒤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새로운 도색을 확정지었다.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가중시켰던 전철과의 환승도 2022년이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천안시는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 편입에 앞서 어려움에 부딪혀 왔다. 하지만 광역전철과 시내버스 환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전부 부담하기로 하는 결단을 내림에 따라 더욱 빠르게 환승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난폭 운전과 관련한 해결책도 마련되고 있다. 천안시는 2020년 말부터 최근 1년간 3회 이상 무정차, 승차 거부 등 운행 상 법규 위반 행위로 과태료나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사의 운전 자격을 박탈하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삼진아웃제 도입 이후 점점 운수종사자들의 법규 위반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까지 삼진아웃까지 도달해 운전 자격이 박탈된 운수종사자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천안시 시내버스 개선 사업에는 시내버스의 개편 역시 포함되어 있다. 배차간격이 길거나 수요에 비해 버스 노선이 부족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교통 음영지역에 대한 버스망 확대, 시 외곽지역 운행 노선의 주간선 노선과 지선 노선의 분리 등이 개편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내버스 개편안의 전제조건에는 공영차고지 확보도 담겨있다. 이미 있는 민영차고지의 경우 운수종사자들의 휴식 장소나 대기 장소가 부족해 문제였다. 공영차고지의 개설로 운수종사자들의 근로 여건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 시는 기대하고 있다.
오기환 시내버스혁신추진단 단장은 "심야버스 역시 노선 개편과 관련된 부분을 시행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노선 개편의 경우 전체적인 노선을 검토한 뒤 현재 용역 사업을 하는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버스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