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양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많다는 걸 깨닫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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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측만증과 무기력을 얻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집안에서 주로 생활한 지 19개월째다. 가끔은 끝나지 않는 긴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마스크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고, 유행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격리되거나 입원하는 일상. 나는 꿈에서조차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지 못했다.
코로나 초기에는 '설마 우리나라에도 감염자가 나오겠어?' 하며 느슨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확진자가 빠르게 퍼지던 지난해 3월, 오래 계획했던 스페인 한 달 여행을 취소하면서도 '설마 올해 내내 이러겠어?' 하며 애써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 초에는 불안감을 누르며 '설마 2022년까지 가겠어? 아닐 거야' 되뇌었다. 결국 그 모든 '설마'는 사실이 되었고, 여전히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나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프리랜서 일감은 눈에 띄게 줄었고, 인맥은 가지 치듯 툭툭 잘려 나갔다. 재택근무를 하는 가족이 있어 모든 끼니를 챙겨야 했고, 빨래를 하고 나물을 무치는 사이사이에 업무를 봤다.
가족에게 서재를 양보한 뒤 몸에 맞지 않는 식탁 의자에 앉아 구부정한 자세로 일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허리 아랫부분에 통증이 찾아왔다. 병원을 찾아가니 등과 목뼈가 전보다 더 휘어 척추측만증이 심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몸의 고통보다 더 무서웠던 건 무기력증이었다. 나는 하루 중 잠시라도 바깥에 나가야 활력을 얻는 타입인데, (심지어 종일 집안에만 있으면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척추측만증이 겹쳐 움직이기 힘들어지자 코로나 블루가 찾아왔다.
한참 무기력증에 빠져있을 때에는 툭하면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딱딱한 바닥에 누워야 척추 통증이 사그라들었기에 침대도, 소파도 아닌 방바닥에 눕는 게 편했다. 허리를 찌르는 듯 날카로운 아픔을 시작으로 통증이 차츰 골반까지 내려오면 누워서 고통을 삭였는데, 그럴 때면 멀리서부터 방바닥을 가로질러 '토독토독' 네 개의 발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차츰 가까워져 내 옆구리쯤에서 끝났고, 따끈한 온기가 느껴져 옆구리를 보면 예외 없이 고양이 두 녀석 중 한 마리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동그랗게 말고 가르릉 거리며 골골송(고양이가 행복하거나 기쁠 때 내는 소리)을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