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WG1) 요약본 표지
IPCC
지난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의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1.5도 상승, 10년 앞으로 빨라졌다',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 '지구온난화는 인간 탓이 확실' 같은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지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파국적인 기후재앙을 막는 것은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기후과학은 어떤 답을 내놓고 있을까요.
중요해 보이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은 IPCC 6차 보고서에 대한 명확한 해설을 기후과학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다음은 녹색연합이 지난 12일 기후과학자 조천호 박사님을 모시고 IPCC 6차 보고서에 대해 나눈 대담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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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6차 보고서를 살펴보기 전에 IPCC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부터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국제연합(UN) 산하에 기후과학자들이 모여있는 협의체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나온 모든 논문을 모아 결과들을 뽑아내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
UN에는 기후 관련 회의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다. 이곳에서는 각 나라의 정치인, 외교관 등 정책결정자들이 모여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한다. 이러한 UNFCCC 당사국회담을 통해 교토의정서나 파리기후협약을 맺게 되는 것이다."
- 이번에 발표된 것은 6차 평가보고서다. 그동안 나온 평가보고서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기후과학은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과학이다. 새로운 과학적 근거들이 모아짐에 따라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진다. IPCC 보고서는 5~7년에 한 번 발간되는데, 이번에 나온 6차 보고서는 2013년 5차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8년 동안 나온 새로운 연구 증거들을 모아서 분석한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보고서마다 일관되게 보는 측면이 있는데, '오늘날의 기후변화가 과연 인간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1990년 1차 보고서가 나올 때 지구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것이 자연적으로 상승하는건지, 인간 때문에 상승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1995년 2차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기온상승 원인 중에 인간의 영향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한 결과를 통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그이후 나온 2001년 3차 보고서에는 지구기온 상승에 있어 인간의 영향이 66%, 2007년 4차 보고서에는 90%, 2013년 5차 보고서에서는 95% 이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6차 보고서에는 그 확률이 99~100%, 즉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이 명백하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명왕성의 이미지를 예전보다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과학적 연구결과가 쌓이면서 기후변화가 점점 더 명백하게 인간 때문에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 이번에 발표된 건 IPCC 6차 평가보고서 중에서도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다. 각각의 실무그룹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려달라.
"IPCC에는 세 개의 실무그룹이 있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에 대해 다룬 제1실무그룹,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에 대해 다루는 제2실무그룹, 그리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인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기후변화 완화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제3실무그룹이 그것이다.
최근 발표된 것은 제1실무그룹 과학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보고서다. 오는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앞서 정책결정자들이 읽고 판단할 수 있는 보고서다. 나머지 적응과 관련된 보고서는 내년 2월, 저감과 관련된 보고서는 내년 3월, 그리고 실무그룹의 연구 세 권을 종합하는 종합보고서는 내년 9월에 나올 예정이다. 종합보고서까지 나오게 되면 기후변화의 과학적인 사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적응하고 줄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포괄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이번에 발표된 6차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8년 만에 나온 보고서인데, 기존의 5차 보고서와 비교해 결과면에서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5차 보고서에 없던 새로운 사실이 나왔다기보다는 그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서기 1년에서 2020년까지 지구평균기온 상승 추세를 보면, 최근 들어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걸 볼 수 있다. 5차보고서에서는 산업화 이후에 지구 평균기온이 0.85도가 상승했다고 봤는데, 지금은 1.1도가 상승한 상황이다.
만약 순전히 온실가스 배출만의 영향을 따졌다면 지구평균기온은 1.5도까지 올라갔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온실가스만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도 같이 배출하지 않나.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황산염의 경우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기온을 하강시킨다. 이로 인해서 온도가 0.4도 정도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원래는 온실가스의 영향만으로는 1.5도 상승했을텐데 미세먼지 때문에 0.4도가 떨어져서 1.1도가 올라간 것이다.
이밖에도 기온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는 자연적인 요인들도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태양의 강도 변화, 엘니뇨, 라니냐에 의한 온도 변동의 경우 플러스 마이너스 해서 효과가 상쇄되어 버린다. 따라서 오늘날의 1.1도의 상승은 오직 인간만이 일으킨 것이며, 이러한 기후변화가 점점 강해지고 빨라지고 명백해지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6차 보고서는 이야기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