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방송된 최저임금이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설명한 YTN <뉴스가 있는 저녁>
YTN화면캡처
- 올해는 물론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보도에서 나타나는 언론의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 이런 보도가 나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성됐다' '공익위원이 누구냐' '노동계는 얼마의 금액으로 제출했고 경영계는 또 어떤 금액을 제출했다' 이렇게 양쪽의 인상률과 인상 금액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리고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들어가면 지엽적인 문제에 천착하는데요. 저는 최저임금이 논의되는 시점에 시민들의 관심이 덜하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언론에서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최저임금법 1조
(민언련 주: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에서 정의하는, 최저임금 제도가 수립된 목적이 무엇인지 같은 거죠. '최저수준을 보장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생계를 보장하고 국민 경제에 이바지한다.' 이 목적이 대단히 중요한데 최저임금제의 취지에 대한 배경이 논의가 잘 안 됩니다.
두 번째로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언론에서 많이 다루지 않고 있죠. 제가 알기론 올해 처음으로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서 변상욱 앵커님이 저희가 토론했던 결과의 내용을 가지고 최저임금이 법률상 영향을 미치는 16개의 조항에 대해서 쭉 이야기했어요. 이렇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제도라는 걸 시간을 많이 들여서 전달한 거죠. 최저임금 관련 쟁점이 아닌,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대해 언론이 보도한 걸 저는 15년 만에 처음 본 것 같아요."
- 좁은 시각으로 본 이해 당사자들의 첨예한 쟁점만 다뤄온 거네요.
"올해엔 못 봤지만 매년 편의점이나 주유소 찾아가는 보도들이 나옵니다. '최저임금 8720원으로 짜장면 몇 개를 먹을 수 있습니까?' '햄버거는 몇 개 먹을 수 있죠?' 이런 질문을 하는 거죠. '자장면 한 그릇도 못 먹어요'란 대답이 나오게 취재하는 거죠. 또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몇 명의 일자리가 줄었습니까?'란 질문을 던져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유소 알바를 줄였어요'와 같은 프레임으로 다루고요. 본질적인 접근을 못 하는 건 같다고 봐야죠."
최저임금, '알바생'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 저희도 최저임금의 본질을 따져보고 싶었어요.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뉴질랜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유독 정치쟁점화되면서 노동자 보호보다는 경제적 타격을 중심으로 얘기됩니다. 최저임금의 본질, 도입 취지는 무엇인가요.
"최저임금은 1894년 뉴질랜드에서 항운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최초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약 180개 국가가 상황과 조건은 다르지만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제도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회정책적 목적, 두 번째 경제정책적 목적, 세 번째 산업정책적 목적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 번째 사회정책적 목적은 국가가 저임금과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생계가 가능한 일정 수준의 임금을 정해 사회정책적으로 실행을 하는 겁니다. 교섭력이 없든, 대기업에 다니든 중소기업에 다니든 받게 될 수 있는 저임금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사회정책적 목적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두 가지가 더 있어요. 경제정책적 목적과 산업정책적 목적이죠. 그런데 이건 주되게 다뤄지지 않기도 합니다. 경제정책적 목적은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해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소득이 있어야, 임금을 받아야 소비를 하잖아요? 그래야 제조업 상품이 팔리고, 기업은 상품을 재생산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시간당 8720원, 월 182만 원 저임금으로만 10명 고용해서 생산성 높이는 방식에서 벗어나자는 게 산업정책적 목적입니다. 박리다매 방식이 아닌 고성과 시스템으로 교육과 훈련,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산업구조로 만들자는 목적이 있는 겁니다."
-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면서 동시에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순환하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네요. 그런데 '일자리 13만 개 사라진다'던 중소기업중앙회 연구를 보니 이렇게 보더라고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반복적이고 단순한 노무에 대한 노동 수요가 감소하고 그래서 생산이 감소한다. 결국 소비도 감소한다.' 이건 김 위원님 설명과 완전 반대입니다.
"최저임금의 제도의 두 번째, 세 번째 목적을 반대로 해석한 거죠.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최저임금이 책정돼야 노동자들이 저축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갈수록 자동화·디지털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촉매 수준이지 근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죠. 패스트푸드점이나 멀티플렉스 극장 가면 키오스크로 다 바뀌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건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더라도 5년, 10년 후면 우리 사회가 갈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을 겁니다.
특히 중소·영세 기업은 빠르게 고성과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5명이 일하더라도 7명이 일한 만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생계유지를 보다 쉽게 할 수 있죠.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나 지자체에서 투자해야 하고요."
- 그럼에도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 망한다는 논리가 우리나라에선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의 두 배가 가까이 되는 자영업 비중에 문제가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 꽤 많은 노동자가 구조조정,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나와 커피, 치킨, 피자 가게를 만들어서 자영업 비중이 두 배가 된 거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 최저임금 영향받는 자영업 비중이 두 배 높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죠.
자영업이 힘든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엔 자영업 시장까지 대기업이 진출해 있습니다. 커피전문점을 예로 들어볼까요. 골목골목마다 아담하게 있어야 하는 커피전문점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일까요, 그 앞에 스타벅스 직영점이 활성화돼서일까요? 저는 대기업이 막강하게 진출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스타벅스 마일리지와 쿠폰에 어떻게 우리가 경쟁할 수 있겠어요? 치열한 시장 경쟁 외에도 건물 상가 임대료 문제 등 본질적 문제가 있죠. 중소기업중앙회 자료를 보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어려운 원인으로 최저임금은 대여섯 번째 순위밖에 안 됩니다. 최저임금 인상 시기가 아니었을 때 조사한 자료를 보면 말이죠.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 때 그것만 부각되는 거죠.
대한민국이 1953년 근로기준법을 만들 때 최저임금은 '근로'의 기준에 불과했지만 70년이 지난 지금은 최저임금의 역할도 바뀌었습니다. 노사 간 갈등으로만 볼 것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