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도보 행진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의 모습. 이들은 지난 8월 3일~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가 있는 원주에서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다.
신유아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하루에도 수백 건의 상담을 하지만 콜 수 경쟁에 치여 고객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옆자리 동료가 몇 콜을 받았는지, 화장실은 얼마나 오래 갔다 왔는지 체크하면서 마치 전쟁터에 나온 것처럼 매시간, 매분, 매초 쫓기며 지내왔다.
용역업체는 최저임금과 몇 푼 안 되는 인센티브에 목을 매도록 요구했고 그 여파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우울증과 근골격계질환, 방광염 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건강보험공단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고객에게 늘 "건강하세요"라고 끝인사를 외치는 상담사들이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상담노동자도 한 가족의 엄마이고 아빠이고 딸이고 아들인데 목소리만 허공에 떠다니는 버려진 존재들 같았다. 이것이 우리가 3차 파업, 4차 파업까지 무한히 결의하고 수백 명이 원주 농성장을 사수하고 수석부지부장은 단식을 하며 수십 명이 원주에서 청와대까지 500리 행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 4단계 때문에 도로행진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청와대 하나만 바라보며 인도로, 산으로, 자전거 도로로 길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걸었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형광색 티셔츠를 입은 채 계획도 없이 1인 행진을 시작했다. 내일은 어떻게 얼마나 걸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내 딛는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세 걸음이 된다면 이 길의 끝에 승리한 우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