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모버실은 어떨지 궁금하다. 역시나, 본 것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강유미의 연기도, 상황도 그럴듯해 나도 모르게 깔깔 웃으며 끝까지 봤다.
강유미 모버실 화면 캡처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 유치한 상황극이 아이에게는 공감 가는 짧은 드라마인 거다. 드라마 작가만 드라마를 쓰는 게 아니다. 하지만 30분 정도 모버실을 보자 난 그 상황이 그 상황인 것 같고, 액괴 만지는 영상 위에 뜬 채팅창을 봐서 그런지 멀미가 났다. 이제 그만 보자니까 아이는 급하게 다른 영상 하나를 더 튼다.
"엄마, 이건 개그맨 강유미의 모버실이야. 재미있을 걸?"
들었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인다. 십 대가 아닌 나와 비슷한 40대의 모버실은 어떨지 궁금하다. 역시나, 본 것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강유미의 연기도, 상황도 그럴듯해 나도 모르게 깔깔 웃으며 끝까지 봤다. 유튜브에는 아이들의 이런 놀이를 심층 취재해 놓은 콘텐츠도 있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부모님 중 '모버실'이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강유미의 모버실을 추천한다. 그만 보자고 했다가 깔깔거리며 영상을 끝까지 본 게 민망해 괜히 한 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줄임말이 많이 나오는 건 안 좋은 것 같아."
"엄마, 이거 전문용어야. 액괴계(액괴가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모두 합쳐 이르는 말) 전문용어.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에서 의학 전문용어가 나오는 거랑 똑같아. 우리도 평소에는 이런 말 안 써."
전문용어라니. 아이의 새로운 접근에 웃음이 났다. 또 유튜브 보냐고 윽박지르기 전에 같이 영상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이렇게 아이와 길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부작용도 있다. 내가 원하는 건 딱 거기까지였는데, 그 뒤로 아이는 자꾸만 나와 모버실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 계속 나를 불러대서 황급히 가봤더니 또 모버실 이야기다.
"엄마,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새 모버실 영상 올렸는데 같이 볼래?"
"참, 내가 저번에 모버실에 대해 설명 안 해준 게 있는데, 지금 설명해줄까?"
아이는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다. 난 모버실이 좋아서 본 게 아니라 아이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어서 봤던 건데.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야 할까 보다.
'딸, 너의 추천은 고맙지만 엄마는 모버실 안 좋아해. ㅜ.ㅜ 그거 보면 멀미가 나. 엄마는 워크맨이나, 출장십오야 이런 거 좋아해. 우리, 취존(취향존중)하자.'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콘텐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공유하기
'모버실'이 궁금한 옆집 엄마, 강유미 영상 못 봤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