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지도 왼쪽)과 중국(지도 오른쪽) 국경지대 지도에서 보이는 가늘고 긴 통로가 아프간과 중국 사이의 국경이다. 파미르의 험준한 와한 계곡에 걸쳐 있는 이곳은 5-6천미터에 달하는 설산에 둘러싸여 숨쉬기조차 벅찬 곳이다. 최근 실종된 산악인 김홍빈 씨의 추락장소 역시 이곳에서 멀지 않다.
지도)위키피디아 사진) 송호림
ETIM이 탈레반의 후원을 받는다면 그 조직원을 수혈하기 위해 1편에도 잠시 언급한 중-아프간 국경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2001년 아프간 침공 이래 국경을 폐쇄했고 누구도 오가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2006년 아프간에서 붙잡혀 관타나모에 수용된 위구르인들 역시 초기엔 ETIM 전사들로 의심받았으나, 훗날 재판에 의해 그들이 2001년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간에 망명한 평범한 이주민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9년 우룸치 7.5 사태 이래 위구르인이 중국을 벗어나기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그들에게 유일한 탈출로는 신장의 서북쪽 방면이 아닌 윈난성을 경유한 동남아 루트였다. 2014년 쿤밍역 칼부림 테러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사실 쿤밍역 사건은 중국 공안부가 밝힌 것처럼 ETIM의 조직테러가 아니었다. 범인들은 윈난성을 경유해 동남아로 탈출하려는 위구르 일가족이었으며, 그들은 탈출구가 막히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극단적 범행을 저지른 걸로 보인다.
실제로 ETIM이나 IMU, 그리고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결코 여성을 전장에 내보내는 일이 없다. 하지만 쿤밍역 사건에서는 16세 위구르족 소녀가 직접 범행에 가담해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사건 며칠 뒤엔 태국에서 밀입국한 위구르족 220명이 붙잡혔는데, 그들은 남성 78명, 여성 60명, 어린이 82명 등 대부분 가족단위로 구성된 망명자들이었고, 이들 중 누구에게도 ETIM과 연관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을 적대하는 타흐리키 탈레반, 위구르족의 구세주일까
파키스탄 군부에 적대적인 타흐리키 탈레반은 아마도 위구르족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극단주의 무장단체일 것이다. 하지만 타흐리키 탈레반은 파키스탄 군부를 상대하기도 벅찬 상황이며 이외 중국과 미국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신장에 침입하는 외부세력은 언제나 인구물자가 풍부하고 접근이 용이한 페르가나 계곡을 통했다. 즉 위구르 해방운동이 발발한다면 이의 주역은 이민족 탈레반이기보단 오히려 현재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자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그 주변국이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