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F-35 스텔스기 도입 반대운동을 하라는 지령을 받아 수행한 혐의를 받는 충북 청주 활동가 4명 중 3명이 구속되면서 논란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간첩 혐의를 받는 4명은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노동)특보단 일원들"이라며 "대한민국에 아직 조직적 간첩 활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구속된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사건이 문재인 정부가 기획한 간첩단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 한 명은 지난 2014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 '내일'에서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체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조직 간첩단' 논란과 달리, 지역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복잡하다. 과거에 있었던 여러 사건 때문이다. <충북인뉴스>는 의혹에 휩싸인 지역 활동가 4명 중 구속된 3명의 이력과 관련해 그동안 취재·보도했던 내용을 재정리해봤다.
2000년 '프락치' 논란 빚으며 국정원 내사사건 공개... 2007년에도 발생
이번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3인(이하 A·B·C씨로 호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청주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구속된 A와 B씨는 부부관계로 전해졌다.
A씨와 C씨는 2000년 국가정보원이 당시 자신들이 속한 단체 새아침노동청년회(이하 새노청)를 이적단체로 몰기 위해 '프락치 공작'을 펼쳤다고 폭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해당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고 밝힌 새노청 회원 D씨는 "2000년 6월 중순께 친언니로부터 국정원 충북지부원 P씨를 만나도록 권유받았다"며 "P씨와는 괴산 연풍면의 같은 마을 출신으로 양쪽 집안 식구들이 잘 알고 지내는 처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언니와 함께 국정원 직원 P씨가 학교로 찾아왔고 대화를 나누게 됐다"며 "'네가 대학운동권에서 활동한 것부터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새노청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조직에 네 이름이 끼어 있어서 무척 놀랐다. 내가 막아줄 방법이 없다. 마음을 고쳐먹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D씨는 다시 찾아온 국정원 직원 P씨가 "새노청을 조직한 C씨는 간첩이고 주변에서 이용당한 너희들이 불쌍하다. C씨가 충남 보령탄광에서 일했는데 당시 다리폭파 사건의 범인이다. 북한으로 넘어가서 지령을 받고 온 뒤 노동현장을 지휘한다"라는 식으로 말했다며 "너무 엄청난 얘기라서 반신반의했지만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조직 사건에서 빼내 주려면 직장 상사의 결심이 필요한데, 새노청 강령과 결의문을 빼내오면 상사가 선처해 줄 거라고 말했다. 엉겁결에 해보겠다고 얘긴 하고 헤어졌지만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8월 들어 아는 오빠 집에 직접 찾아가 '난 못하겠으니 대신 다시는 이런 일을 안 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걸로 대치하면 안되겠느냐'고 사정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정원은 "C씨에 대한 신고가 대공상담실로 접수돼 자체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이 D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회유나 협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D씨가 새노청 강령을 낭독하고 태웠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수사자료로 입수하려 했던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국정원의 내사활동은 7년 뒤 또 다시 공개된다. 2007년 7월 당시 청원군(현재는 청주시) 관내 한 공동육아협동조합이 학부모 명의로 '국정원의 어린이집 사찰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006년 9월 국정원 충북지부가 청주지법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재단 이사장 명의의 어린이집 원비통장 거래내역을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단 이사장은 스텔스기 사건으로 구속된 C씨의 동생이다.
국정원의 거래내역 조사 사실은 2007년 4월 신한은행이 이사장 앞으로 보낸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은행은 2000년 1월부터 2006년 9월까지 7년간에 걸친 입출금 거래내역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처는 법원, 검·경으로 표기됐고 사용목적은 '사건조사자료 등 조사용'으로 기재됐다. 수사를 목적으로 제공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C씨는 "한 사람에 대해 7년간 통장거래내역을 압수수색했다면 당연히 상응하는 혐의점이 있을 것 아니겠는가"라며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개인의 사적 비밀을 이렇게까지 들춰보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 국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는 사실도 최근에 모 국회의원 사무실을 통해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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