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성폭행 남성에 저항한 '혀 절단 사건' 비슷하나 다른 판결 논란.
김보성
이른바 '부산 황령산 혀 절단 사건'의 가해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여성단체는 "당연한 결과"라면서 비슷한 사안인 '경남 김해 혀 절단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이 재심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사기관 "혀 절단은 정당방위", 법원 "가해자 책임 무거워"
지난 2020년 7월 19일 오전 9시 28분. 30대 남성 A씨의 혀 일부가 20대 여성 B씨에 의해 잘려 나갔다. A씨는 중상해 혐의로 B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A씨의 혀 절단은 B씨를 상대로 한 성범죄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되레 가해자로 몰린 B씨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방위였다"라고 맞섰다.
'중상해냐, 정당방위냐'. 자칫 논쟁으로 빠질 법한 상황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가해 남성의 죄가 엄중하다고 결론지었다. 차량 블랙박스와 CC(폐쇄회로)TV에는 강간을 시도한 A씨의 범행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B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A씨는 청테이프와 피임도구 등을 사고, 황령산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A씨는 만취해 잠이 든 B씨를 차에서 청테이프로 결박한 채 강제로 키스했다. B씨는 본능적으로 A씨의 혀를 깨물면서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입을 때리고 상해를 입혔다.
이를 조사한 수사기관은 B씨의 행위를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A씨가 제기한 중상해 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혀를 깨문 B씨의 행위가 형법상 면책사유라고 봤고,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A씨에 대해 감금 및 강간치상 등의 혐의를 물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의 판단 역시 다르지 않았다. 사건 1년 만에 열린 지난 7월 1심 선고에서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염경호)는 A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방법이나 범행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책임이 무겁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은 또다시 재판장에 서야 하는 상황이다. 가해 남성인 A씨는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B씨와 계속 법적 다툼을 하겠다는 의도다.
여러 여성단체는 1심 결과를 반기면서도 다음 재판에서는 더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선화 부산여성회 대표는 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법적인 선례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여성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간치상 형량에 맞게 가해자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순생 부산여성의전화 대표도 "응당한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자를 상대로 한 여성의 방어권을 인정한 사례"라며 "우리 사회의 성 인지 감수성이 그나마 달라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