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는 하루 세 번 도시락을 지급했다. 도시락을 가져올 때와 매일 한 번 의료용 폐기물 함에 쓰레기를 놓을 때, 하루에 네 번 방문을 여는 게 허용됐다.
신나리
생활치료센터(아래 센터)의 생활은 단순했다. 센터는 경증환자들이 머무르며, 기본적으로 몸의 면역을 통해 코로나를 이겨내도록 하고 있다. 해열제나 항생제 외에 특별한 치료나 약을 제공하지 않는다. 최소 열흘은 머물러야 하는데 무증상이라고 일찍 퇴소할 수 없다. 발열 등 이상반응이 생기면 퇴소가 늦어질 수는 있다. 방 안에 혈압계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계가 있어 하루 두 번 이를 체크하고 기록해야 한다.
센터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경기도 센터에 입소한 가족들은 입퇴소 때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서울 센터는 그렇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관할 보건소에 따라 운영기준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센터에서는 소각을 이유로 열흘간 입은 옷을 모두 두고 가게 했고, 서울 센
터에서는 가지고 갈 수 있게 한 점도 달랐다. 나는 4평 정도 공간에서 혼자 지냈지만, 2인 1실의 센터에 있던 가족도 있었다.
화장지, 각종 청소도구, 침구류와 수건, 샴푸·린스와 소독용품, 손톱깎이와 라면 등의 간식은 공통으로 제공됐다. 센터에서 유제품이나 과일 등을 제외한 과자류, 캔음료 등은 개인이 택배로 신청할 수 있었다. 물건이 도착하면 센터관계자가 확인 후 식사시간에 맞춰 방문 앞에 놓아뒀다.
센터의 의료진은 매일 오전·오후 직접 전화해 이상반응 여부를 물었다. 이들은 특히 발열 증상에 신경을 썼다. 37도 이상이 지속되면 병원으로 이송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센터에서 후각·미각 상실, 두통과 저혈압 증상을 겪었다. 평소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측정된 적이 없었는데도 센터에서 종종 최고 혈압이 90 이하로 나왔다. 의료진은 혈압기를 교체해 방으로 보내주고, 영상통화로 혈압 재는 걸 확인했지만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후각·미각 상실, 기침 등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센터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고립감이었다. 문 앞에 놓인 아침·점심·저녁 도시락을 가져올 때와 매일 한 번 의료용 폐기물 함에 쓰레기를 놓을 때, 하루에 네 번 방문을 여는 게 허용됐다. 갇혀있다는 답답함에 센터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밖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일상이 그리웠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107명을 대상으로(조사 기간: 2020년 3월 5일~4월 8일) 연구한 결과 24.3%가 우울증을, 14.9%가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는데, 나 역시 비슷한 감정이 지속됐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정부에서도 확진자들의 심리상태를 신경썼다.
센터 입소 사흘째, '보건복지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가족의 심리 회복을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주야간 전화 심리상담을 받을 수도 있었고, 카카오톡을 통해 상담신청을 할 수도 있었다. 확진자와 확진자 가족, 확진자 유가족에게 제공되는 '마음건강 스스로 점검하기'를 풀고 검사결과에 따라 상담원이 전화한다고도 했다. 질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신체 증상 ▲우울증상 등으로 이루어졌다.
입소 후 5일이 지나자 어느 정도 센터의 생활이 익숙해졌다. 두통으로 타이레놀을 먹은 걸 빼면 특이 증상은 없어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다만,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이 지속됐다. 의료진은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라 회복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드디어 9일째, 센터 관계자는 "내일 오전까지 별 다른 문제가 없으면 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열흘 만에 일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