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13개 단체 관계자들이 건보공단의 '직접 고용'과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행진 참가자들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최소 허용 인원수인 9명 이하로 만들어 '거리두기' 행진을 했다.
연합뉴스
6차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 때는 공단의 젊은 정규직 직원 10명을 초대하여 의견을 청했다. 그러나 지난 3차 회의에서 이미 공단의 정규직 노동조합, 우리 고객센터지부, 민간위탁업체까지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 들었는데 왜 젊은 정규직들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따로 청취해야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의 회의를 위해 우리는 일주일의 피말리는 시간을 거리에서 더 보내야 한다.
그날 젊은 정규직들은 "고객센터 업무가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AI가 대체할 거다",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사기업의 정규직이다", "서울고객센터에서 광주고객센터로 이전도 가능하다", "공단직원도 생리혈 묻은 바지를 입고 근무한다"(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콜수를 채워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며 피묻은 바지를 입고 근무를 했던 상담사의 사연이 알려진 적이 있음) 등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들만 쏟아냈다.
이 지면을 빌려 반론하자면,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의 업무는 금세 AI가 대체할 수 있는 단순 안내업무가 아니고 고객인 국민들의 사정과 마음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도 많다. 그리고 우리는 민간위탁업체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우리는 십수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공단 정책의 영향을 받고 실제 업무지시도 공단에서 받고 있으며 업체는 인원관리만 할 뿐이다.
단순히 근로계약서에 끝나는 근무종료일자를 기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규직이 아니다. 공단과 업체의 도급계약이 끝나고 업체가 바뀌면 우리의 소속 업체도 바뀌어 왔다. 사실 이날 그들의 말에 많이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같이 연대해 싸워서 노동조건을 개선하자고 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함께 할 생각이 있다.
노동자 1600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
7차, 8차 회의에서는 앞으로 이 협의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항상 결론은 대화국면을 만들어야지만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파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협의회에 잘 참여하고 의견을 내고 하는 노동자는 안 보이는가? 폭우에, 폭염에 이제는 단식까지 시작한 노동자는 안 보이는가?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는 사회적합의기구도 아니고, 고객센터의 파업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자리도 아니다. 객관적 자료를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를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8차 회의까지 단 한 차례도 고객센터 운영방법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자 1600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그런데도 정작 중요한 논의에 다가가지는 않고 주변만 맴돌면서 민주노총 집회 이후 대화 분위기 조성과 국면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7월 23일 8차 논의를 끝으로 2주 넘게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는 멈춰서 있다.
오는 8월 11일 9차 회의에서도 대화분위기 조성, 국면전환 상태를 점검하여 협의회의 진행을 하겠다고 한다. 시간을 이렇게 계속 끌면 끌수록 갈등은 심각해지고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더 이상 대화분위기 조성, 국면전환을 핑계로 우리 상담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는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센터의 운영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어떤 방식이 건강보험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빠른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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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 상담사 1600명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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