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치 부부가 실외기 뒤편에 둥지를 틀고, 새끼 5마리를 두 달여간 키우고 있었다.
박진희
7월 22일 목요일 저녁의 일이다. 고요한 저녁 공기를 가르며 까마귀와 참새가 동시에 우는 듯한 새소리가 창밖에서 요란하게 들려왔다. 몇 차례 울다 그치려니 하고 기다렸다. 한참을 참고 기다린 게 무색하게 울어대는 새소리는 점점 더 귀따갑게 들려왔다.
베란다 문을 열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봤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바로 윗집 실외기를 둘러싸고 곤충채집망을 든 아저씨가 새 한 마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뿐 아니었다. 윗집 실외기 바로 밑에서는 관리소장님과 경비아저씨로도 부족해서 주민 몇몇이 삼삼오오 모여 뭔가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더는 궁금증을 못 참고, 하던 일을 올스톱하고 아파트 입구로 내려가 봤다.
어느 틈엔가 윗집 아저씨도 내려와 있었다. 사태 수습에 동참한 한 주민 손에는 택배 상자가 들려 있고, 살짝 벌어진 틈새로는 깃털이 보였다. 소장님이 아기 새 세 마리가 잡혀 있다는 귀띔을 해준다.
통장댁 둘째는 "고양이한테 잡아먹히면 안 되는데, 어디 있는 거야" 중얼거리며 정원수 주변을 뒤지느라 여념이 없다. 찾아야 하는 새 두 마리는 여럿이 달려들어 뒤지고도 찾지를 못했다. 결국 택배 상자에 든 새끼 새들만 둥지에 돌려놓으러 가는 윗집 아저씨를 따라나섰다가 자초지종을 듣게 됐다.
두 달 전쯤 에어컨 실외기 뒤에 어미 물까치가 알 5개를 낳았단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일이 우리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거다. 일주일 전부터 새끼들은 날개가 돋기 시작했고, 둥지가 좁아 보여 철망으로 여유 공간을 확보해 줬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뭣 모르고 둥지 밖으로 나온 새끼 5마리는 막을 새도 없이 차례차례 추락했고, 뒤늦게 집에 돌아온 어미 새는 위층 아저씨가 새끼들을 해코지 하는 줄 알고 덤벼든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부터 유난히 위층 실외기에 새 한 마리가 자주 앉는다고만 여겼는데, 이런 기구한 사연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설상가상 택배 상자에서 둥지로 옮기려던 새끼들은 제자리에 내려놓자마자 다시 전부 추락했고, 이번에는 단 한 마리도 찾지 못한 채 날이 저물어 버렸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새끼 물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