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지하상가당초 군사적 목적으로 지었지만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최대의 상가로 변신했다.
이상구
세계최고라는 말이 그저 터무니없는 허풍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기록원이 인정했다. 실은 크기가 아니라 단일면적 최다점포수 주문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 그 안에는 1400개가 넘는 가게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다. 의류, 잡화, 화장품 그리고 휴대전화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특히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천 젊은이들의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군사문화 이야기 하다 뜬금없이 지하상가는 왜?' 하는 분들이 있을 터다. 그런데 이곳 역시 군사문화의 흔적이다. 처음 부평역 앞 대로에 땅을 팔 땐 상가를 들일 계획은 없었다. 폭격에 대비하는 방공호를 염두에 둔 거였다. 그런데 이재에 밝은 사람들이 그곳에 칸을 막아 가게들이 내기 시작했고, 공간도 조금씩 넓혀 오늘날의 거대한 지하제국이 완성된 것이다.
아무리 깊게 판들 원자폭탄 같은 것에 견딜까마는 그 당시 우리의 사고 수준이 그 정도였다. 그래도 대단히 튼튼하게 짓긴 한 듯하다. 1978년에 준공 되었으니 어느덧 4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별다른 안전사고 한 번 없었다. 처음엔 계획에 없던 냉난방과 환기시설 등도 완벽하게 갖췄다. 그래서 지하면서도 참 쾌적하다. 상권을 지키려는 상인들의 분투 덕이다.
지하상가를 빠져 나오면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테마의 거리', '문화의 거리'가 이어진다. 지금이야 코로나로 뜸하지만 특히 불금이면 어깨를 부딪치며 다녀야 했다. 그 뜨거운 거리를 지나면 인천 최대의 재래시장인 부평시장이 나오고 그 뒤로는 최근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평리단길이 얌전히 자리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방 등이 오순도순 모여 있다.
지나는 거리 곳곳에 맛집이 즐비하다. 이 시리즈 4회 차에서 소개한 '충남순대'집이 구 시장 골목 안에 있다. 이 집의 화끈한 순댓국도 추천할 만하지만 오늘은 부평의 군사문화를 주제로 돌아 봤으니 마지막도 그 비슷한 걸로 하면 어떨까. 부평시장 뒤편 구 경찰서 맞은편에 있는 '솔밭정'의 원조부대찌게를 강추한다. 시리즈 8회 차에 소개한 바 있다.
우리 부평이 문화도시라니, 다시 생각해도 참 기분 좋다. 한데 그 문화라는 게 꼭 격이 높고, 고급하며 우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거칠고 험한 것일지라도 그게 사람을 위한 가치를 품었다면 진정한 문화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문화를 단순히 예술과 연계하려는 것도 촌스러운 발상이다. 문화는 다양성의 어우러짐이다. 군부대도 공장도 모두 훌륭한 문화의 토대다.
철거냐 보존이냐, 미군부대 터에 남은 건물들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보존에 한 표 던진다. 그리고 그걸 부평의 군사박물관으로 쓰면 어떨까 싶다. 아무리 가리려 해도 과거는 흔적으로 남는다. 숨기려면 더 짙어진다. 차라리 시원하게 드러내고 알리는 게 낫다. 그런 의미다. 오늘 소개한 부평의 '밀리터리 로드(Military Road)'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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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뗄 수 없는 부평... 밀리터리 로드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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