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 7. 27. 판문점, 정전회담 조인식. 왼쪽 책상에서는 유엔군 측 대표 해리슨 장군이, 오른쪽 책상에서는 북한 측 남일 장군이 서명하고 있다.
NARA / 박도
전쟁과 사랑
"6․25전쟁은 결과적으로 남과 북의 힘없는 백성들만 소련제, 미국제 무기를 들고 한 핏줄, 내 형제들을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처럼 서로 무참히 죽이는 강대국의 땅따먹기 노름에 놀아난 가엽고도 불쌍한 어릿광대 꼴이 됐다."
윗글은 올 가을에 선보일 졸작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의 한 대목이다. 나는 이즈음 이 작품 마무리 교정 작업이 한창이다. 엊그제는 이 일에 빠져 지내다가 허기가 져서 교정쇄를 가방에 넣은 채 가까운 밥집으로 갔다.
밥 주문을 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그날따라 손님이 밀린 탓인지 늦었다. 실내는 넓은데다가 에어컨 바람으로 쾌적했다. 나는 '박도글방'에서 비지땀을 흘리다가 에어컨 바람을 쐬자 마치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교정쇄를 펴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내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밥집 주인이 다가와 말했다.
"손님, 진지 드시고 하세요."
밥상 한 모서리에 주문한 메뉴가 나와 있었다.
"아, 네."
"어찌나 몰입하시는지, 계속 지켜보다가 왔어요."
나는 그제야 하던 일을 제치고 밥숟갈을 들었다. 나는 이 작품을 위해 이 복중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