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성수기에 위기를 호소하는 사장들의 대화
권성훈
자영업자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평소 사장(점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나 단톡방에는 가게 알바와 관련된 푸념부터 손님과의 갈등, 본사·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 등 오만가지 글들이 올라오지만, 바쁜 성수기에는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성수기라 해서 달라질 리 없지만, 대부분 혼자 또는 부부가 빠듯하게 일을 하다 보니 그 간단한 글조차 올릴 시간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수기인 7월에 올라오고 있는 이런 글은 현재 자영업자들이 처한 심각한 위기상황의 반증인 것이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어리둥절한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분명 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배달 외식시장' 관련 뉴스에선 비대면 시대를 맞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맞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접객 전문 외식업체들까지 모두 배달업에 뛰어든 요즘, 이전에 이런 활황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뜨겁다.
그 증거로 배달 대행업체들은 배달기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형편이라고 한다. 관련하여 어느 외식업체 사장은 업무처리가 미숙했던 대행 기사를 조금 타박했더니 얼마 후 업체 사장이 득달같이 전화해 "기사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왜 우리 기사를 구박하냐"라며, "불만 있으면 다른 업체로 옮기라"고 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대표적 배달 플랫폼 기업인 '배달의 민족'은 배달 기사들에게 '황금 100돈'을 경품으로 걸었다는 뉴스까지 전해졌다.
이처럼 지금 외식 자영업 시장에서는 한쪽(중계 및 유통)은 활황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고, 다른 한쪽(외식 자영업자)은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비명을 지르는, 정말 아이러니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배달 외식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들
그렇다면 어쩌다 이런 모순된 광경이 외식 자영업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걸까? 배달 외식 사업은 전통적으로 주로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이 선택하는, 비교적 영세한 규모의 사업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배달의 민족, 요기요, 그리고 쿠팡이츠까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이 시장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외식업 시장에선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자본을 필요로 하는 대형 접객 전문 업소는 물론, 소자본의 배달 전문 영역까지 뛰어들며 동네 외식 자영업자들이 구석으로 몰린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달 외식 자영업자들의 도우미를 자처하며 나타난 스타트업 기업들은 '스마트'라는 뭔가 그럴듯한 단어와 무료(영업 초기)라는 조건으로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유혹했다. 그리고 딱 10년 만에 이 플랫폼 기업들은 동네의 독립자영업자는 물론, 자본력을 갖춘 유명 프랜차이즈까지 자신들 아래에 종속시키고 거대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