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늘 '반문' 딱지에 시달렸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고 주장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은 진짜 탄핵안에 찬성 표결을 하지 않았고, 탄핵을 원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적통 논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지만"이라고 말한 김두관 후보는 추미애 전 장관과 이낙연 전 대표를 싸잡아 비판하며 "야당과 손잡고 노 대통령을 탄핵한 정당의 주역"이라고 은근 슬쩍 자신이 민주당의 "진짜 원조"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이 판에 빠지지 않았다. 정세균 전 총리는 "제가 마지막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고 탄핵을 막기 위해 의장석을 지킨 사람"이라고 자신이 민주당의 "진짜 진짜 원조"라는 사실을 주장했다. 탄핵에 찬성했던 추미애 전 장관은 자신을 "민주당 맏며느리"라고 말하고 상대 남성 후보들을 "아드님"이라 호명하며 적통 논쟁이 후보들이 "정신도 심장도 민주당"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에 긍정적이라 말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던 후보자들의 발언도 소환됐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여러 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한 적이 있어서 더욱 많은 기사에 언급됐다. 그는 시위에 대한 경찰 진압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시위 참가자 2인이 숨진 일을 지적하거나 빈곤층 증가, 교육 격차 심화 등을 비판하는 말을 다수 한 바 있다. 논쟁이 점점 가열되자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가 "노무현을 선거에서 놓아달라"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민주당의 진짜 원조가 누구인지 찾는 게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서 진짜 원조 떡볶이집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고, '친문'이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적 없는 사람만이 진짜 원조의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면, 도대체 그 타이틀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후보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 대통령 자리인 줄 알았는데, 지금의 논쟁만 보면 후보들이 이 모든 과정을 민주당 '왕위 계승권 싸움'의 일종으로 생각하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 흠이 될 이유는 무엇이며, 17년 전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탄핵안 투표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가 2022년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혹은 없는지의 증거가 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결과가 모든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인간의 생각이 늘 고정돼 있을 것이라 믿는 것도 그렇게 타당하지는 않다.
아무리 좋은 정권이었다 한들 '무비판'은 좋은 결과보다는 나쁜 결과로 흐를 때가 많았다. 17년전의 결정이 만약 다시 소환돼야 한다면, 그것은 역사적 과오의 맥락으로 판단돼야 하는 것이지 '충성심'으로 판단돼선 안 된다.
경선 일정상 지지자들과 당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의 적통 논쟁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다.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뒷전이고 '충성심' 증명이 우선인 상황만 보자면, 과연 지금의 후보들이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서기 위해 이 모든 것들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옛날 맛'에만 집착하는 식당은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