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홈페이지화면갈무리
이전엔 길거리에 나가 시민 한 분 한 분께 인사드리며 취지를 설명하고 수기 서명을 받아 국회의 입법을 촉구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전자청원시스템인 국회 국민동의청원제도를 도입한 뒤부터 시민이 직접 온라인으로 청원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그냥 서명과는 다르게 이제 국회는 시민의 청원을 심사해야 의무를 지게 된 것이고, 시민은 온라인으로 보다 편리하게 청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국민동의청원 절차는 이렇습니다. 30일 이내 100명의 찬성을 받아, 청원 요건 심사 후 공개되면 90일 이내 1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청원이 '성립'합니다. 국회는 이를 심사하게 됩니다.
국민동의청원제도가 도입된 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국회가 제대로 답할 수 있도록, 실질적 청원권 보장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나누고자 시민단체들이 함께 공론장을 마련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원으로부터 국민동의청원 도입 후 1년 반 동안의 현황을 살펴보고, 국민동의청원으로 10만 명의 성립을 이끌어본 단체 대표자 세 분을 모셔서 사례를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국민동의청원의 개선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연구자 3분을 모셔 제언을 나눴습니다.
국민동의청원 시행 후 1년 반, 청원 시도만 약 2800건... 근데 성립은 25건 뿐?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시행된 2020년 1월 10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2800여 건의 청원이 접수됐습니다. 그중 '30일 내 10만 명' 동의로 성립된 청원은 25건(20대 10건, 21대 25건) 뿐입니다.
또한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청원이 공개되려면 '30일 내 100명'의 공개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이를 얻지 못한 청원이 총 2728건으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합니다.
30일 내 100명의 공개 찬성을 얻었더라도 국회 소관 사항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불수리된 청원이 51건, 국회 수리 사항임이 확인됐더라도 '30일 내 10만 명' 동의를 얻지 못해 미성립된 청원이 194건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걸까요?
[문제점 ①] 국민동의청원, 하려고 보니 너무 어렵다!
국민동의청원, 막상 하려고 보니 복잡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거나 오류로 인해 동의를 못하신 적 있으신가요? 발표자 세 분도 시민이 청원이 어렵다고 호소하거나, 지속되는 오류에 답답함을 표현할 때마다 곤혹스러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했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당시 차별의 경험을 가진 당사자의 관심이 높았는데, 국민동의청원 제도의 접근성에서 아쉬운 대목들이 보였다"면서 "청원을 하고자 본인인증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핀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영사관 또는 대사관을 방문하여 접수하는 등 굉장히 번거로운 작업을 거친다. 또한 휴대폰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개통을 못하거나 노인, 어린이 혹은 청소년은 자녀나 부모님 명의로 개통되어 본인인증이 불가한 경우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본인인증 방법이 마련될 것을 촉구한 것입니다.
전태일3법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했던
민주노총 이정희 정책실장은 "청원하고자 하는 법률 제개정안에 대한 홍보와 교육보다 참여자에게 서명 방법을 안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며 국회가 모바일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도 서명 방법을 쉽게 안내하는 동영상이나 이미지 해설도 제공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월호 관련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했던 4.16연대 이영란 사업국장은 "일반적인 동의서명 과정에서 유효한 서명임을 확인하기 위해 요구되는 정보는 성명, 생년월일, 주소, 서명 연월일, 이 네 가지다. 그런데 국민동의청원은 여기에 불필요한 성별 정보,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강제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며 중요한 개인정보 누출 위험뿐만 아니라 본인확인에서 성별정보를 취급하는 문제 등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문제점 ②] '30일 내 10만 명' 동의, 문턱이 너무 높다!
20대 국회 국회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김현아, 제윤경 전 의원이 무분별한 청원 난립을 우려하며 청원 성립 기준을 당시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제안했던 '90일 내 5만 명'에서 '30일 내 10만 명'으로 높이자는 제안에 따라 국민동의청원의 성립 문턱이 덜컥 높아져버렸습니다.
손우정 연구위원이 소개한 해외의 청원 공개와 성립 기준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청원 공개와 성립 기준은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되기 위해서 한국은 비공개 링크를 통한 100명의 공개 찬성 서명을 얻은 뒤 국회 수리 사항인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반면, 영국의 경우 5명의 찬성, 독일의 경우 청원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면 바로 공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