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서 노마스크로 춤추는 런던 젊은이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조처가 모두 풀린 19일(현지시간) 새벽 영국 런던 패링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젊은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춤을 추고 있다.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이날 수천 명의 젊은이가 코로나19 규제 해제를 기념해 '자유의 날' 밤샘 파티를 즐겼다. 영국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모든 규제 조처를 해제했다.
AP/연합뉴스
현재 나이트클럽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코로나 음성 확인서나 백신 등 코로나 관련 확인 절차를 시행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의 자유로운 출입은 한시적이 될 수도 있다. 제재 해제를 선언한 바로 그 날, 영국 정부가 9월 중 나이트클럽 출입 시 백신여권 (vaccine passport) 제시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모든 18세 이상이 백신 2차 접종을 할 수 있는 9월 중, 나이트클럽과 많은 인원이 모이는 곳에 입장하려면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며 젊은 층을 향해 직접적으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즐거움과 기회는 점점 더 백신 접종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신 여권이 백신 접종 유도책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백신 여권 정책은 이스라엘 등 몇몇 국가가 도입한 정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사회 영역을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으로 고안되었다. 일찌감치 이 제도에 관심을 기울인 영국 정부는 9월까지 미리 도입한 국가들의 통계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후, 가을에 의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백신 여권안 발표 직후 보수당 일부와 노동당, 자유 민주당은 각기 다른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노동당수 키어 스타머의 대변인은 "백신 여권안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조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다 비실용적이다"라고 밝혔다.
비실용성이란, 2차 백신 접종이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보건부장관인 사지드 자비드(Sajid Javid)다. 그는 백신 접종을 끝냈지만, 17일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백신 여권 반대 측은 나이트클럽 입장 시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지지한다.
백신 여권 vs. 음성 확인서를 둘러싼 논의 외에도 정치권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람들이 모이는 펍(pub)과 바(bar)에 대한 정책 부재다. 펍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영국 사회가 일상적으로 맥주를 마시며 사회적 모임을 갖거나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곳이므로 나이트클럽만큼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다는 판단이다.
야간 산업계(Night-time industry)는 백신 여권이 초래할 경제적 피해를 이유로 백신 여권과 음성 확인서 둘 다 반대했다. 야간 산업 연합회(Night-time industry Association)는 사업자의 80%가 백신 여권 실시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흥적인 클럽 입장이 어려워지면 고객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비슷한 환경이지만 동일한 법이 적용되지 않는 펍(그리고 바)과의 경쟁에서 불리해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6개월간 영업 금지로 벼랑 끝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이 조처가 실시되면 수천 명이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의 계획이 사실상 '백신 의무화' 조치라고 반대하는 측도 있다. 보수당 내 개인적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론자들과 종교계가 이 경우다. 국교회 측은 백신 여권이 검토 단계에 있었던 4월, "강요의 비윤리적인 형태(unethical form of coercion)"라며 "감시 국가(surveillance state)"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경 봉쇄 엇박자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의 국경 봉쇄 문제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논쟁거리였다. 영국의 경우, 전 세계 국가를 코로나 상황에 따라 적색, 황색, 초록색으로 분류한 후 카테고리별로 해외 입국자 정책을 마련했다. 카테고리에 상관없이 모든 해외 입국자는 영국 입국 날짜 사흘 전에 이루어진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영국 정부가 연락할 수 있는 서류(locator form)를 작성해야 한다.
자가 격리는 적색과 황색국에서 입국한 이들에게 적용된다. 적색 국가에서 온 사람은 정부가 지정한 숙소에서 자가 격리를 해야 하고, 황색 국가에서 온 사람은 자가 격리 숙소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자가 격리 기간 동안에도 입국 2일차와 8일차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7월 16일, 영국은 황색 국가에서 온 이들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에게 자가 격리를 면제해 주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미국,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 적용되는 조처였다. 단, 입국 후 첫 10일간 받는 두 번의 코로나 검사는 자기 비용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17일 영국은 여기서 프랑스를 제외시켰다. 같은 황색 국가지만 프랑스에서 오는 이들은 모두 10일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정 근거는 베타 변이에 대한 우려였다.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변이로 최근 유행하는 델타 변이만큼 감염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령인 레위니옹(Reunion)과 마요트(Mayotte)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이 베타 변이다.
영국의 결정은 즉각 프랑스의 반발을 불러왔다. 프랑스는 영국이 근거로 삼은 두 지역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옆에 있는 섬으로, 프랑스 본토에서 6천마일 떨어져 있다고 항의했다. 인도양에 있는 곳을 근거로 프랑스를 제외시킨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