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용어의 순화어, 표준화 용어
장호철
'도과'는 국어사전에도 오르지 않은 낱말이다. '이를 도', '지날 과' 자를 써서 '어떤 기간이 지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납부 기한·제소 기간·심판 청구 기간의 도과 등 주로 법률과 관련하여 쓰이는데, 법령에서는 '경과'로 바뀐 듯하다.
불출은 내준다는 뜻인데, '떨 불(拂)'에다 '날 출(出)' 자를 썼다. 억지로 만든 말 티가 난다. 군 복무 시절에 비상이 걸렸는데, 방송에서 '대검을 불출한다'고 하니, 담당자가 '불출(不出)'한다는 뜻으로 알고 전달하여 소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 결국 글자의 뜻과 말뜻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상신(上申)이나 수순(手順)은 일본식 한자어다. 상신은 아직도 법령이나 규칙에서 쓰이고 있는데, 제시한 순화어로 대체되지 못한 듯하다. 수순은 '순서·절차·차례' 등으로 바뀌었다.
우수 관로(雨水管路) 같은 말은 한자로 쓰기 위해 만든 말이다. 최근 내가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우수관로 정비를 한다는 안내를 하고 있었다. 관련 업계에 일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말이 굳어져 있는 것이다.
일할 계산(日割計算)은 날짜에 따라 계산한다, 날수를 계산한다는 뜻인데, 뜻밖에 회계 관련 용어로 빈번히 쓰인다. 적의 조치도 억지로 한자로 바꾼 형식의 낱말이다.
한자어 대신 우리말 쓰기, '사용자의 몫'
'절사(絶捨)'는 '끊을 절, 버릴 사' 자를 쓴다. 주로 '원 단위 절사', '소수점 이하 절사' 등과 같이 쓰이는데, '버림'으로도 충분한 말이다.
'제척(除斥)'은 순화어를 만들어 놓았으나, 법률 용어로 일정하게 쓰이는 말이다. "특정 사건에 대하여 법률에서 정한 특수한 관계가 있을 때에 법률상 그 사건에 관한 직무 집행을 행할 수 없게 함"의 뜻으로 살아남았으나, 법률적 의미가 아닌 데에선 마땅히 순화어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
'흠결(欠缺)'은 '흠'이나 '모자람'으로 써도 충분하다. 2음절로 쓰면 안정감이 있으니 '하품 흠' 자를 써서 억지로 한자어로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생소한 한자어를 한글로 풀어쓰는 것은 처음이 어색할 뿐, 이내 익숙해진다.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이 훨씬 원활해짐으로써 내용을 공유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자어를 대체하는 우리말 용어를 살리는 건 전적으로 사용자들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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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 넘어 입문한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로 16년, 그 자취로 이미 절판된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이 남았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노화의 길목에서 젖어 오는 투명한 슬픔으로 자신의 남루한 생애, 그 심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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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일본대사 초치? '불렀다'라고 하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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