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이희훈
'ESG'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친환경(Environmental)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 개선(Governance) 등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세 가지 가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환경에 이로운 사업을 하고,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투명한 지배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ESG가 기업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ESG에 맞는 기업 활동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앞으로 ESG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팀장은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탄소 감축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미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데다 미국과 중국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막대한 세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이미 금융시장에선 ESG와 거리가 먼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며 ESG를 기준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팀장은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앞으로는 ESG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주식만 담아야 한다"며 "어떤 산업에 속한 어떤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고르든 ESG 요소를 눈여겨 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ESG 관련 기업을 포트폴리오의 몇 %로 채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100%"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SK증권 본사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기후위기
- 국내외 할 것 없이 'ESG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도 사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고 주식시장에도 ESG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ESG가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ESG 투자란, 투자자들이 ESG 우수 기업을 응원해주는 개념이라고 보면 쉽다. 우리가 축구 경기에서 선수를 응원하는 이유는 내가 못하는 걸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ESG 중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환경인데, 예를 들면 기후위기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는 등 투자를 통해 더 잘 하도록 응원해주는 것이다. 사실 ESG 투자는 이번에 처음 생긴 개념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그 개념이 좀 더 명확해졌을 뿐이다."
- SK증권 자산전략팀은 지난 6월 초부터 ESG 관련 리포트를 매일 내고 있다. 그런데 ESG에 대한 평가는 정량적이라기 보단 정성적이다. '숫자'를 다루는 애널리스트로서 ESG를 다루게 된 특별한 계기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ESG 담당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애널리스트라면 앞으로 누구나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모든 섹터와 모든 산업이 ESG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때문에 ESG 관련 주를 테마주로 보기 어렵다. 환경 분야만 봐도 앞으로 기후위기는 점점 심화될 것이다. 수치를 살펴봐도 기후위기는 가시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 얼마나 심각한가?
"4가지 숫자를 들어보겠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는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넘어가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가 온다고 했다. 1.5도 상승을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기가톤 줄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배출량이 56기가톤이 나온다. 그러니 이를 매년 7.6%씩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7.6%라는 숫자를 들여다보자. 매년 7.6%를 줄여나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지난해 경험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않았다. 회사도 잘 나가지 않고 재택근무를 했다. 전 세계 공장 문도 닫았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 줄었다. 경제 활동이 멈출 정도는 돼야 11%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보고서는 2019년에 나왔는데 이후 우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매년 줄여야 할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모는 점점 더 커진다."
-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세웠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 각국은 우리나라에 '두 배를 더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약 50%를 줄이라는 이야기다. 50%를 줄이려면 30년 넘게 쓸 수 있는 석탄발전소라도 5년만 쓰고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이 없다."
탄소국경세, 기업들 선택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