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동안 사용할 수박 망
김준정
'이건 아니다' 싶어, 내 삶을 바꿨습니다
인터넷 쇼핑으로 탄산수 20병을 사고 죄책감이 들었다. 한 병에 350그램인 탄산수가 20병이면 7킬로그램. 그걸 트럭에 싣고 내려서 우리 집까지 배송하기까지 들고 내렸을 택배기사님을 생각하니 탄산이 목에 켁, 하고 걸리는 것 같았다. 늘어가는 빈 병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딸과 나는 치즈를 올린 닭발을 좋아한다. 지난번에 마트에 갔을 때 닭발을 사려고 했는데 온라인 구매를 한 것보다 비싸서 그냥 내려놨다. 다시 온라인 구매를 할까? 했지만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과 함께 배달이 될 걸 상상하니 내키지 않았다.
아이스팩은 곧장 쓰레기통에 직행할 거고(아이스팩을 동사무소에서 가져가면 종량제봉투로 바꿔준다는 걸 몰랐다), 스티로폼 박스는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식품을 살 때마다 이래도 되는 건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구매 이력이 있는 인터넷 상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콩국수가 5개에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는 걸 보고 나는 또다시 흔들렸다.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는 내게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소소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간신히 참았지만 어떤 날에는 유혹에 넘어가고 말 거라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만이라도 쓰레기를 줄여보기로 마음먹었다. 비 오는 날 은행에 갔을 때 우산 비닐을 재사용했고 음료수는 대용량으로 구입했다. 인터넷 쇼핑보다는 집 근처 마트를 이용하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녔다.
산에 갈 때 내 차를 이용하는데 산행 팀원을 위해 긴 컵 네 개를 항상 준비해서 커피를 마신다. 갑자기 커피를 사게 될 때를 대비해서 자동차 콘솔박스에 텀블러를 따로 하나 넣어두었다. 한 번은 텀블러가 없어서 일회용 컵에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게 되었는데 그 컵을 헹궈서 콘솔박스에 넣어두기도 했다. 일회용 컵을 아예 쓰지 않는 게 힘들다면 최대한 많이 쓰는 것도 방법이다 싶어서다.
5년 전 지리산 종주를 갔을 때 만난 대장님은 "종이컵, 나무젓가락은 상갓집 갔을 때나 쓰고 산에 올 때는 시에라 컵과 수저를 준비하라"고 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장님의 수저통을 보는데 간지가 흐르는 게 나도 산악인이 되려면 수저부터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튼 산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일회용품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각성이 들었다. 나무젓가락, 종이컵이 다 나무로 만드는 게 아닌가. 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대상을 헤치는 일을 할 수는 없다. 사랑한다는 건 아껴주고 보살피는 거다. 내 삶을 떠받치는 것들도 돌보아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