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시화엽서봉사활동상담가로 모교를 찾다40여년만에 고등학교 후배들을 만나서 활동을 설명하다
박향숙
주어진 20여 분의 시간에, 5월부터 시작한 '필사시화엽서나눔'에 대해 설명하고, 엽서제작시, 꼭 지켜야 될 약속사항을 전했다.
"엽서를 받는 수혜자들이 노령인 점을 감안해서, 글씨는 예쁘게 포장하기보다는 정자체로 써주세요. 그림을 못 그려도 좋으니 스트레스 받지마세요. 반드시 시만 필사하는 게 아니라, 명언, 좋은 가사도 좋구요, 이왕이면 암기하면서 쓰면 공부에 도움이 되겠지요. 반드시 글의 출처를 밝혀주세요.
더불어, 여러분들의 활동이 단순히 봉사시간이나 부여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코로나로 인해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 닫혀져 있잖아요.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마음을 열어주는 강력한 도구랍니다. 활동단체의 이름처럼, 여러분들이 만든 시화엽서는 민들레 홀씨되어 어느 곳에 떨어질지 몰라요. 어떤 희망의 씨앗이 움틀지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누군가는 기억할 거예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여러분이 만든 엽서를 보게 될지도 몰라요. 잘 부탁드려요."
설명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시 하나를 읽어주며, 시의 제목과 시인의 이름을 맞추면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낭송했다. 비록 선물을 받은 학생은 없었지만, 아마도 이번 기회가 훗날 고등학교의 추억으로 떠오를 좋은 활동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중략)
사무실에 돌아온 후, 곧 후배들이 엽서에 필사를 하는 사진 몇 장이 도착했다. 견본으로 몇 명의 학생들이 하고 있는 중이라는 교감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요즘 학생들이야말로 시청각에 뛰어난 재주가 있는 MZ(나만의 약어, Master Zoom)세대 아니던가.
무엇이든 빠르게 영리하게 습득하고 개별적이면서 종합적인 아이디어를 동시에 쏟아내는 청소년들. 모교의 후배이자 학생봉사자들이 만들어낼, 시화엽서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나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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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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