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독일 뮌헨 도시에서 열린 안보 회의에 참석한 볼프강 쇼이블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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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이블레와 홍 부총리가 각각 주장하는 긴축이나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그 자체가 반민주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들이 본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방식에 있다. 홍 부총리와 같이 쇼이블레 또한 경제관료 출신으로 관료에서 바로 정치로 직행한 사례다. 이들은 정치라는 민주적 주권을, 필요하면 언제든 무시해 버릴 수도 있는 재정정책의 장애물쯤으로 생각하는 듯해 보인다.
본인들의 직책이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공동선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는 걸까. 혹은 그러한 사실조차 모르는 걸까.
민의를 받드는 정치가 합의한 사안이, 본인들이 학습하고 실천해온 우파 경제학 이념과 상충될 때 정치적 합의는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가. 그런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하는 패기는 이런 데서 오는 듯하다.
당시 바루파키스는 쇼이블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것 참 중국 공산당 관료들이 듣기 좋아할 주장이군요."
홍 부총리는 이 비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본인의 신념이 국민의 의사와 정치적 합의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는 공산당 관료들의 철학 혹은 17세기 왕정 하 재무장관에게나 어울릴 법한 철학을 갖고 있지는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2021년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후일담. 2015년 위에 언급된 회의 이후에도 유럽연합은 그리스에 대한 강경노선을 고수했다. 시리자 정부는 결국 3차 구제금융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스 국민들은 자신들이 뽑은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했지만,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는 구조개혁과 긴축의 대상이 됐다. 시리자는 결국 다음 선거에서 패배해 야당으로 밀려난다(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사퇴 후 반구제금융당을 창당했다).
2018년 8월, 그리스는 8년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스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청년실업율이 치솟았고 연금 수령이 삭감됐다. 공무원 등 공공부문은 급격히 축소됐다.
한국 사회는 유럽의 사례를 통해 관료 출신 행정가들이 민주주의를 대하는 방식, 또한 민주사회가 관료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에 관해 비판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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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정치경제를 공부했습니다. 유럽정치경제, 독일정치, 자본주의의 다양성, 신자유주의 담론과 이념을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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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와 쇼이블레... 관료들에게 정치적 합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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