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공간의 탐구』 『뮤지엄, 공간의 탐구』
최정미
교정지를 받아보신 저자분은 4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니 부담스러워서, 사진 크기를 더 축소해 400여 페이지로 줄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주셨다. 사진을 축소하면 글과 사진이 다 밀려서 디자이너가 재작업해야 하는 고충을 아시고는 많이 미안해 하셨는데, 저자분이 지나가는 말로 하신 한 마디가 촌철살인처럼 내 뇌리에 박혔다.
"이 책은 도판이 강조되어야 하는 미술책이 아니라 건축책입니다."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이 책은 사진이 강조되어야 하는 미술책이 아니었다. 건축가의 건축 철학이 담긴 뮤지엄의 특성과 설계 원리를 담은 건축책이기에 사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설명글에 사진이 잘 어우러져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오히려 저자분께 편집에 대해 한 수 배운 기분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어떻게 편집하는 것이 독자가 보기에 가독성이 좋을지 고민하며 사진 크기를 본문 글에 맞춰 축소했다. 그렇게 축소하다 보니 이번에는 100여 페이지가 다시 줄어들어 352페이지가 나왔다. 확정된 페이지에 저자분도 만족하셔서 그다음은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뮤지엄, 공간의 탐구> 작업을 하면서 건축책 편집에 대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보수적인 뮤지엄 건축에 도전한 건축가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며 나 역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저자의 스승이기도 한 앙리 시리아니를 비롯한 건축계 거장들이 뮤지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애플의 슬로건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 광고판에 현대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얼굴이 등장할 정도로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애플에 경영 원칙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20세기 초 아방가르드가 지배하던 시대에 뮤지엄이 "파괴해야 할 공동묘지", "시체보관소"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는 것은 이 책을 작업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지난 시대의 뮤지엄을 게으르고 시대착오적인 낭비로 여겼던 시대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린 건축가들의 정신은 비단 건축계뿐 아니라 경제경영, 정치계 등 각 분야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본받아야 하는 자세가 아닐까.
뮤지엄, 공간의 탐구 - 근현대 건축가 11인의 뮤지엄과 건축 정신
이관석 (지은이),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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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판이 강조되는 미술책이 아니라 건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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