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이 전 위원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수사를 받고 나온 후 기자들에게 '여권 정치공작설'을 주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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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위원은 "자신에게 여권 정권의 사람이란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다"면서 "'Y(윤석열 지칭)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 주겠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는 '안 하겠다. 못하겠다'고 했다. (그 이후)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됐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참여를 선언하던 그날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공작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전 위원의 주장에 대해 "정권을 도우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회유를 했다니 충격적인 사안이다"라며 "당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금품수수 의혹이 갑자기 정치 공작으로 바뀌어 정치권 싸움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조사 받고 나오다 '여권 정치공작설' 언급한 이동훈
기자들은 수사를 마치고 나오는 이동훈 전 위원에게 "(가짜 수산업자에게) 룸살롱 접대를 몇 차례나 받았느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면목이 없다"라면서 갑자기 '여권 정치공작설'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이 정치 공작을 주장하려면 먼저 자신이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실히 밝혀야 했습니다.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골프채를 받은 게 아니라 빌린 것이라며 유야무야 넘어가고 갑자기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한다면 흔히 말하는 '물타기'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 위원은 여권 인사가 자신을 회유하다가 실패하자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 날에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도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처럼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6월 29일 이 전 위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터졌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그가 사퇴한 날은 6월 20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전 위원은 윤 전 총장의 대변인으로 임명된 지 불과 열흘 만에 사퇴했습니다. 당시 그의 사퇴를 놓고 여러 가지 말들이 있었지만, 금품 수수 의혹을 제기한 언론은 없었습니다.
만약 이 전 위원이 떳떳했다면 굳이 대변인에서 사퇴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변인 자리에 있으면서 '정치 공작'을 주장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이동훈 전 위원은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 경찰, 언론인들이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범죄로 봐야 합니다.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의혹으로 수사를 받거나 입건된 사람들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부장검사에서 강등된 부부장 검사,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엄성섭 <TV조선> 앵커, <중앙일보> 이아무개 전 논설위원, <TV조선> 기자 등입니다.
수사 대상자 중에는 이 전 위원을 포함해 언론인 출신이 4명으로 모두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입니다. 야권 성향으로 분류된 언론인들이 한 두명이 아닌데 이 전 위원에게만 정치 공작을 펼쳤다? 누가 보기에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입니다.
설사 여권에서 정치 공작을 펼치려고 했다면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선거 직전이 오히려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전 위원은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는지 여부와 접촉해 온 여권 정치인이 있다면 그가 누군지 밝혀야 합니다.
이동훈 보고 떠오른 영화 <내부자들>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