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양파
정현정
그날 오후 감나무 밑에 있는데 윗집 할머니가 양파를 양손에 무겁게 들고 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한 손에 있는 양파 무더기를 나에게 무심한 듯 건네주셨다.
"아침에 양파 안 줘서 신경이 쓰이더라. 나도 아직 안 뽑아서 그랬다. 그리고 길가 쪽에서 뽑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다 몰래 뽑아가서 그랬다. 이거 묵어라."
다음날 노란 손수레를 힘겹게 밀고 집으로 올라가는 할머니를 보았다. 양파를 뽑아 손수레에 가득 담고 밭에서부터 혼자 밀고 오시는 거였다. 우리 집에서 윗집으로 가는 길은 언덕길이라 손쉐가 잘 나가지 않아 온 힘을 내서 밀고 계시는 걸 집까지 함께 밀어드렸다.
"할머니, 무겁게 이걸 혼자 밀고 오세요?"
"밭에서는 계속 내려오는 길이라 괜찮아야. 여기만 조금 올라가는 길이라 그렇지."
할머니는 천하장사다. 양파를 1년 내내 드셔서 저렇게 힘이 세고 건강하신가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오라버니가 내려온 걸 알고는 어제보다 더 많은 양파를 들고 집으로 오셨다.
그다음 날 올케언니가 갈비찜을 해서 나누어 드리려고 갔더니 또 양파를 잔뜩 주셨다.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모두 윗집 할머니의 양파를 먹고 있다.
수박을 갔다 드리러 윗집에 들렀더니 앞마당에 양파가 잔뜩 널려 있다. 엄마가 늘 천장에 양파를 걸어 놓았던 걸 생각하며 여쭈어 보았다.
"이거 천장에 걸어서 말리는 게 더 낫지 않아요?"
"천장에 달라면 더 힘들어야... 이렇게 널어놓는 게 편하제."
아침저녁으로 양파를 창고에 넣었다가 다시 밖으로 내놨다가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 시골에 내려갔을 때도 할머니의 마당에는 여전히 양파가 널려 있었다. 이렇게 햇볕에 잘 말린 양파를 자식들에게 보낼 것이다. 그리고 남은 것으로 일년 내내 양파 반찬을 만들어 드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