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부의 환상의 길, 파키스탄 히말라야 책표지
김라나
<거칠부의 환상의 길, 파키스탄 히말라야> 원고를 처음 받고 읽게 되었을 때 심정은 일단 놀람과 부끄러움이었다. 히말라야는 네팔 이외의 여러 나라에 걸쳐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그런 나의 무지에 부끄럽기도 했다.
'이슬람' 하면 떠오르는 국가인 파키스탄에 히말라야 K2가 있었다니! 게다가 '히말라야' 하면 나는 늘 네팔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등 눈발 날리는 정상을 향한 등반기만 떠올려졌는데 거칠부님의 글을 통해 접한 히말라야는 그렇지 않았다.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하고픈 풍경으로 히말라야는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거칠부님이 직접 찍은 수많은 사진들은 파키스탄 히말라야를 느끼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책 표지부터 책 속 사진을 고르는데, 너무 멋진 사진들이 많아 행복한 고민에 잠겼었다는 후문. 결국 책 시작부터 화보 페이지가 촤라락~). 이번 책의 표지이기도 한 설산 아래 야생화 풍경은 그야말로 내 머릿속 틀에 박힌 히말라야 풍경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설산이 가져다주는 신성함과 노란 야생화가 가져다주는 황홀함이라 '환상'이란 단어를 넣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을 풍경이었다.
파키스탄 히말라야의 여정은 아찔한 벼랑길이며 가도 가도 되돌이표 같은 빙하길, 푹푹 발이 빠지는 넓은 모래밭 같은 모험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정상을 향한 등반이 아닌 걸어가는 트래킹이었기에 일행의 발길이 닿는 곳에는 자연과 함께 늘 그곳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 경계심 없이 타국인을 향해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 하며, 일정 시간이 되면 그들의 신 알라에게 기도를 하던 경건한 사람들의 모습까지. 파키스탄 히말라야만의 풍경으로 내게 다가왔다.
빙하 산들이 선사하는 웅장한 모습에 압도되었다가도 한적한 초원 위 오두막 같은 목가적 풍경에 마음이 편해지는 곳, 파키스탄 히말라야는 정말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같은 곳이었다.
정녕 이게 세상의 풍경이란 말인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난생처음 마주한 풍경 앞에서 가슴이 벅찼다. 발아래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문득 살아있음이, 내가 이곳에 있음이 못 견디게 좋았다. 히말라야에서 궁금했던 건 단 한 가지였다. '그곳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절정이 머지않았음을 알았다. 시나브로 파키스탄이라는 곳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갔다.
P.111~112 /Chapter 2 빙하 대탐험(비아포–히스파르빙하)
불편한 감정도 여정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