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강화도 들녘에서 만난 저어새이다. 기품이 느껴진다.
전갑남
주걱처럼 생긴 길고 넓적한 부리가 특이해 부리만 보면 저어새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부리 색깔은 짙은 검은 색에다 주름이 있다. 머리에 있는 장식깃이 멋들어지고, 번식기에는 목 주위에 황금색 치장을 한다.
저어새의 먹이터는 주로 갯벌. 깊이 20cm 이내 낮은 개펄에 물이 차면 망둥이, 칠게, 새우, 갯가재 등 부리에 걸려드는 것들이 먹잇감이다. 민물에서는 미꾸라지나 올챙이 등도 사냥한다. 요리조리 부리로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면 신비스럽다. 부리를 쉴 새 없이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다고 하여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저어새는 우리나라 백령도,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안 무인도 등 사람들의 간섭이 덜한 한적한 곳에서 번식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먹을 게 부족해 생존을 위해 따뜻한 동남아시아 등지로 이동하여 월동한다. 그리고 자기가 태어난 고향 땅 한반도로 다시 돌아오는 철새이다. 그러니까 저어새는 우리 땅에서 우리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책무가 있다.
들녘에 나타난 저어새... 좋은 징조인 듯싶다
저어새의 습성은 사람에게 쉬이 곁을 주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가까이 다가서려면 후다닥 내뺀다.
살금살금 녀석한테 다가가 본다. 혹시나 나의 접근에 도망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휴대전화 줌을 최대한 당겨본다. 주걱의 부리와 머리 깃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바람에 휘날리는 깃털을 보니 기품이 느껴진다.
한발 한발. 좀 더 다가서자 여지없이 혼비백산 도망을 친다. 친구 하고 싶은 내 마음을 몰라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