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서강대 교수
이희훈
- 김 교수의 별명은 닥터 둠이다. 늘 경기를 부정적으로 예측해 왔기 때문에 이번 예측 또한 별다를 것 없다는 인식도 있다.
"그렇진 않다. 사실 증권사에 몸담으면서 경기 비관론을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주가가 오른다고 전망했는데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크게 욕을 안 한다. 그런데 떨어진다고 했는데 주가가 오르면 욕을 더 먹는다. 투자자들이 다른 사람은 돈을 벌었는데 혼자 못 벌었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에 미국에 금융위기가 찾아온다고 전망했는데 그로부터 위기가 1년이나 늦게 와서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 이번에 펴낸 <그레이트 리셋>에서도 위기를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현실은 김 교수의 이야기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매일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 밤(7월 7일 현지시간)에는 1.35까지 급락했다.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올리겠다는데 정작 시장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장에서 연준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현재 국채의 22%를 보유하고 있는데 위기가 와도 연준이 국채를 사줄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두 번째는 물가 오름세가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이 오르고 있다. 또 저는 3분기 주가 예측 모델을 갖고 있는데, 그 수치가 상당히 좋지 않다. 주가가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나온다. 특히 8, 9월 전망이 좋지 않다. 제가 계산해낸 모델의 결과가 나쁘게 나왔을 때 꼭 예상치 못한 충격이 찾아왔다. 9·11테러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계산한 수치가 나빠 폭락을 예측했을 뿐인데 그때마다 외생적인 충격이 나타났다. 하지만 일단 내년 상반기까진 괜찮을 거라고 본다. 지금은 경기 회복 국면이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 수축국면에 들어서리라고 본다."
- 실제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이미 금융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외생변수로는 뭐가 있을까?
"중국의 대만 공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중 전쟁의 일환이다. 중국이 미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건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TSMC가 반도체 생산을 못 하게끔 막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TSMC를 파괴하면 전 세계가 엄청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 최근에는 달러도 오름세다. 금융 시장에 폭락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투자금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맞다. 미국 정부가 심화된 금융불균형을 달러 가치 하락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본다. 또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금융시장의 상대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미국 자산보단 다른 나라 자산을 많이 사야 한다고 본다. 차라리 한국이나 중국이 나을 수 있다. 물론 중국도 기업부채가 적진 않다. 그런데 정부 부채는 양호하다.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최근 중국 금융시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엔 기업들이 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면 지금은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래서 JP모건이나 골드먼 삭스와 같은 굴지의 금융회사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 미국 대신 중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특히 중국의 금융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후 물건을 싸게 생산해 전 세계에 수출했다. 그렇게 2000년대 초부터 작년까지 미국이 중국에 5조500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미국 입장에선 그 돈을 찾아와야 하는데 물건을 생산해 중국에서 벌어오긴 쉽지 않다. 결국 미국이 잘 하는 건 금융이고 앞으로도 중국에 금융·자본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박을 넣을 것이다. 심지어는 중국도 장기적으론 위안화 강세를 통한 금융 강국이 되겠다고 나선 상태다. 2019년에 외국계 은행도 중국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지난해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회사도 중국에서 금융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남아있는 건 금리와 외환 시장 자유화인데 이 또한 결국 개방하게 될 것이다."
- 현재 포트폴리오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우선 현금을 많이 갖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돈을 버는 인버스 상품도 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KT 등 주가가 떨어지면 인버스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중국 주식에 투자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중국 개별 기업을 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중국 기업은 정부의 입김 앞에 위태롭다. 차라리 중국 ETF를 추천한다. 난 중국 자동차 ETF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그마저도 권유를 못 하겠다. 최근에 너무 많이 올라서 나는 비중을 줄이고 있다."
- 마지막으로 '동학개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대수익률을 많이 낮춰야 한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가 31% 올랐다. 몇십 년 만에 한 번 오는 경우다. 앞으로는 매년 주가가 4~5% 오르면 많이 오르는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20~30대는 축적한 재산이 없고 돈을 빨리 벌고 싶으니 몇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불확실한 시대다.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앞으로 금값이 오를지 국채가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현금도 많이 갖고 있는 게 좋다. 투자 자금의 30~40%는 꼭 갖고 있어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부자들은 늘 현금을 들고 있다. 위기가 왔을 때가 정말 주식을 사야 할 때다. 주식시장은 우상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금리가 올라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앞서 이야기 했다. 금리에는 미래 경제성장률이 반영돼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을텐데 일자리도 중요하다. 요즘은 은행에 1억원을 넣어두면 한 달에 고작 이자가 10만원 나온다. 반면 일을 해서 한 달에 10만원을 받는다면 금융자산 1억을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현금흐름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