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주름들 북 콘서트 지난 7월 3일 나희덕 시인을 모시고 <예술의 주름들> 북 콘서트를 조촐하게 열었다.
조은미
몇 달 전에 나희덕 시인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일하는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인문의 숲'으로 가꾸기 위해 시인과 샛강 숲 오솔길을 같이 걷고 싶어서 초대한 자리였다. 시인은 선선히 응낙하였고 만나기로 한 날 나는 서가를 뒤져 그의 시집 <야생사과>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챙겼다. 사인을 받고 싶었다.
일찍이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법이나 빗줄기에 소리를 내는 법, 그리고 가을 햇빛에 아름답게 물드는 법에 대해 배워왔다. 그리고 가을 햇빛에 아름답게 물드는 법에 대해 배워왔다. 하지만 이파리의 일생이 어떻게 완성되는가는 낙법에 달려있다.
('결정적 순간' 중에서. 나희덕 시집 <야생사과> 수록작)
<야생사과>는 들춰보니 아이의 열아홉 살 생일 선물로 줬던 시집이다. 가파른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아이가 시를 읽으며 마음이 여물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나희덕 시는 자연에서 가져온 짙은 서정성이 있으면서도 세상의 일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자분자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의 시어들이 가볍지 않은데도 대중적이고 잘 읽힌다. 그리고 그의 여러 시들은 다른 예술 작품, 영화나 소설, 그림이나 사진을 매개로 하고 있다. 이번에 왜 그의 시에 이토록 다양한 예술 장르가 녹아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피아니스트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화가나 조각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진작가나 영화감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인이 되었고,
남은 나날 동안 시를 쓰며 살아갈 것이다.
(나희덕 <예술의 주름들> 책머리에 일부)
지난 4월에 시인의 예술 에세이 신간 <예술의 주름들 – 감각을 일깨우는 시인의 예술 읽기>가 발간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시인이 어디에서 시적인 것들을 가져오는지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예술 장르들이 어떻게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교감할 수 있는지, 그 교감이 얼마나 행복한 체험인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