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4일,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이 김현희 씨와 동문이라고 했다. 방송 화면 갈무리.
채널A
그렇게 해서 7월 4일에 방송된 <이만갑>을 확인했다.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준비한 듯했다. 비록 큰 틀에서 나와는 관점이 다르지만, 사건 관련 의혹들도 언급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갔을 때는, 미안한 말이지만, 실망했다. 기본 사항부터 잘못된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실종) 그 다음날인 30일에 격추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해가지고, 우리나라 정부는 태국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에 사라졌기 때문에 태국 밀림을 수색을 하고, 버마(미얀마) 정부는 오다가 안다만 상공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바다를 수색을 하고."
두 가지가 잘못됐다. 첫째, 격추 가능성 이야기는 정확하지 않다. 당시 정부와 대한항공은 테러 가능성(또는 확신)을 내비쳤지만, 미사일 등에 따른 격추 얘기는 없었다고 안다. 둘째, 한국과 버마가 밀림과 바다를 동시에 따로 수색했다는 말은 틀리다. 초기 수색 자체가 태국-버마 국경지대인 (칸차나부리) 밀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나중에야 해상 수색이 이어진다.
방송 뒷부분에도 수색 내용이 나오는데 이 역시 문제다.
"그 당시에 사건 수사기간이 20일에 불과했습니다. 바레인에 갔던 수사팀들 다 철수를 시켜요. 블랙박스 하나 건져오지 않고, 조기 종결을 시킨 거예요."
첫째, 버마를 바레인으로 착각한 듯하다. 둘째, 20일이 아니라 10일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내가 정보공개 청구로 열람한 기록에 따르면, 조사단은 수색 시작 5일 만에 철수 계획을 세웠고 10일 만에 철수한다(박강성주, <눈 오는 날의 무지개: 김현희-KAL858기 사건과 비밀문서>, 35쪽).
덧붙이면,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틀릴 수 있다고 본다. 나 역시 글을 쓰며 틀릴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
태영호 의원과 김현희 씨는 학교 동문인가?
특히 관심이 갔던 대목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부분이다. 북쪽 외교관 출신인 그는 현재 남쪽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KAL858기 사건에 대해 말해 줄 특별 손님으로 나왔다. 그런데 핵심 발언에 문제가 있다.
"나는 평양외국어학원에 다니면서 김현희를 한 번도 못 봤어요. 왜 못 봤는가 하면, 내가 74년도에 평양외국어학원에 들어가가지고 76년도에 내가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태 의원은 김현희 씨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강조했는데 과연 그러한가? 평양외국어학원은 방송 화면에도 나왔듯, 한국식으로 쉽게 말해 '외국어 전문 특목고'라 하겠다. 그런데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하신인민학교 및 중신중학교를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간 뒤, 평양외국어대학으로 학교를 옮긴다. 1974년에서 1976년 사이, 김현희씨는 '중신중학교' 학생이었다고 알려진다. 태영호 의원이 말한 '평양외국어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혹시 태 의원이 평양외국어학원을 김씨의 평양외국어대학교로 착각한 것일까? 실제로 다른 출연자들도 방송에서 학교 이름을 혼동해 사용했다('외국어학원', '평양외국어대학교'). 태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북한에서 진짜 다니기 힘든 평양외국어학원이라는 게 있거든요. (중략) 북한에서는 외교관들만 전문 양성하는 국제관계대학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거 졸업하고."
다시 말해, 대학교의 경우도 평양외국어대학과 '국제관계대학'으로 두 사람은 다른 학교를 나왔다. 그런데도 방송에서 그의 발언은 묵직한 증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진행자의 말이다. "아 이거는 음모론이고 뭐고, 북한 동창들이 있는 거잖아!" 태 의원 같은 학교 동문들이 있기에 김씨가 폭파범이 맞다는 뉘앙스로 들리는 발언이었다.
다만, 태 의원은 몇 년 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김현희하고는 학교 동문이거든요. 제가 평양외국어학원을 나왔고 김현희는 평양외국어대학을 나왔죠. 외국어대학 밑에 평양외국어학원이라는 중등학교가 있어요. 외국어대학 학장과 외국어학원 원장을 같은 사람이 해요. 같은 학교 동문이라고 할 수 있죠"(<월간조선>, 2017년 2월호).
곧, 두 학교 책임자가 같은 사람이라서 같은 학교라는 얘기다. 지나친 비약이다. 설령 (태 의원 기준에서) 동문이라 하더라도, 그는 이 발언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겠으나 '증인'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스스로 김 씨를 본 적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이만갑>으로 돌아가자. 태 의원이 김씨와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하자 질문이 나왔다.
태영호 의원님 혹시, 김현희 관련해가지고 이런 얘기 다른 데서도 하신 적이 있나요?" "아 예, 오늘 아니 누구도 나한테서 이런 거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진행자가 말한다. "야, 오늘 처음이야 그러면. 김현희 동문! 현직 의원에게 듣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확인했듯, 태 의원은 4년도 훨씬 전에 동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했다(나아가 <월간조선> 기사는 다른 언론에서도 많이 인용됐다). 동문 이야기 자체도 맞지 않지만, 이를 <이만갑>에서 처음 했다는 말도 맞지 않다. 물론 착각했을 수도 있다.
역대 정부 모두 KAL858 재조사를 했는가?
이번 방송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대목은 출연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 부분이다.
"역대 정부마다 이 KAL기 폭파사건에 대한 원인규명은 계속해왔어요. 그런데 수차례 반복되어 온 이 원인규명에서 북한이 한 소행이라는 것이 충분하고 넉넉하게 입증된다라는 것은 이미 전 정부 때부터도 밝혀진 내용…"
내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사건을 북의 소행이라고 해서가 아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북이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대 정부마다" 원인규명, 곧 재조사를 했다는 부분이다. 또 다른 출연자도 "끊임없이 계속해서 모든 정권에서 재수사를" 했다고 전한다. 과연 그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틀렸다. 그것도 크게, 틀렸다.